공개된 동영상 속 바닥을 기는 기업 임원들. 'Asia Wire' 캡처

중국에서 기업 임원들이 저조한 실적에 책임을 지겠다며 바닥을 기어 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다.

21일 중국 CCTV에 따르면 문제의 영상은 지난해 말 지린성 창춘에 위치한 한 외식기업의 연례행사에서 촬영됐다. 영상에는 빨간색 카펫이 깔린 행사장 바닥을 줄지어 기어 다니는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등장한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임원급 인사인 남성들은 지난해 세운 사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행사장을 3차례나 돌았다. 이들은 바닥을 기는 동안 “내게 책임이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영상을 처음 공개한 이는 45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블로거로 기업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영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15일 영상이 공개된 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기업의 갑질 행태를 규탄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논란에 대해 사측은 임원들이 자진해서 한 것이라며 갑질 의혹을 부인했다. 익명의 회사 관계자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 리슈핀에 “임원들을 누가 기어 다니게 할 수 있겠느냐”며 “그들은 스스로 기어 나왔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마지못해 한 것 아니겠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번과 비슷한 갑질 논란이 반복돼왔다.

2018년 구이저우성 쭌이시의 한 부동산회사 관리자가 실적목표를 못 채운 직원들에게 소변을 먹이고 가죽벨트로 폭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은 바퀴벌레를 먹이겠다거나 머리카락을 밀겠다는 등 협박을 당하면서도 돈을 주지 않겠다는 말에 퇴사하지 못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후베이성 이창시의 한 기업 직원들이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뺨을 맞고 네발로 기어 다니는 등 비인간적인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CCTV 인터넷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실적 고과라는 핑계로 직원들을 모욕적으로 징계하는 기업문화는 근절돼야 한다”며 “성과에 대한 질책은 노동자의 존엄성을 해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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