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EPA연합뉴스

중국 내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린 환자가 400명을 훌쩍 넘어서고 미국에까지 확산되면서 전 세계에 전염병 방역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우한 폐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춘제(春節·설) 연휴를 맞아 이미 인구 대이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우한 폐렴이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빈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21일 자정 기준 13개 성·시에서 총 440명으로 집계돼 하루 사이에 149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는 9명으로 2명이 증가했다.

리 부주임은 지금까지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2197명을 추적 격리해 765명은 의학적 관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1394명은 계속 관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 부주임 발표 후에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는 “우한 폐렴이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더욱 확산할 위험이 있다”며 “이미 사람 간 전파와 의료진 감염이 나타났고, 일정 범위에서 지역 사회로 전파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한 폐렴은 최근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지면서 2003년 37개국에서 8000여 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대만이 우한 폐렴에 뚫린 데 이어 마카오에서도 감염자가 나왔고, 미국에서도 중국을 다녀온 주민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마카오 특별행정구 질병예방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한에서 마카오로 여행 온 중국인 1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대만에서도 1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홍콩에서는 117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홍콩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중국 본토를 오가는 여객기 승무원들에게 외과 수술용 마스크를 쓰도록 허용했다.

또 홍콩 성수이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마스크 2개를 챙기도록 당부했고, 완차이의 한 초등학교는 4월로 예정됐던 본토 여행을 취소하는 등 전염병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태국에서는 우한 폐렴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총 4명이 확진을 받았다. 이날 발표된 확진 환자는 73세 여성으로 최근 우한을 다녀온 뒤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에서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태국 국적자의 확진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환자는 15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자신의 증상이 뉴스에 보도된 우한 폐렴과 유사하다고 자진 신고해 워싱턴주 에버렛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의료진은 그에게서 채취한 시료를 CDC에 보냈고,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이 환자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다. CDC는 비상운영센터를 발족하고, 우한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CDC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추가 발병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명확한 감염 경로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한 폐렴에 대한 대응 조치를 최상급으로 높여 사실상 ‘우한 폐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우한 폐렴을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해당하는 ‘을(乙)류’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응책은 흑사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갑(甲)류’ 전염병 수준으로 상향키로 했다.

‘갑류’ 전염병 수준의 대응은 정부가 모든 단계에서 격리 치료와 보고를 요구할 수 있고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공안이 강제하거나 공공장소에서 검문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을류’ 전염병 지정에 ‘갑류’ 대응은 2003년 사스 사태 당시에서 중국 정부가 채택했던 극약 처방이라고 환구망은 소개했다.

저우즈쥔 베이징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갑류 수준의 대응은 중국 본토에서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지만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흑사병이나 콜레라보다는 훨씬 덜 심각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2003년의 사스와 마찬가지로 박쥐에서 비롯됐고, 사스보다는 약하지만, 감염성은 높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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