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규모가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정보를 은폐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방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이 사스 때처럼 특정 지역 내에서 전면 확산하는 단계에 근접했다는 경고도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의 전염병 권위자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는 우한 폐렴이 전염병 확산 3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3단계는 환자 가족과 의료진 등 전염 범위가 넓게 확산하는 단계를 말한다. 1단계는 동물 대(對) 인간, 2단계는 인간 대 인간의 전염을 의미한다. 위안 교수는 우한 폐렴이 사스 때처럼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4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스 사태 당시 불특정 다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슈퍼 전파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스 사태 초기인 2003년 1월 중국 광저우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환자가 의료진을 포함해 무려 130여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환자는 이후 ‘독왕(毒王·poison king)’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위안 교수와 함께 지난 19일 우한에서 조사를 진행한 중국 질병 전문가 중난산 교수는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 전파자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우리는 3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핵심 관건은 슈퍼 전파자가 출현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한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우한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우한 폐렴이 중국 20여개 도시로 확산됐으며 환자 수는 우한 주민 1343명과 다른 도시 주민 116명을 포함해 중국에서만 1459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감염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국 당국이 사스 당시처럼 전염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스는 2002년 11월 처음 발병됐지만 중국 언론에 보도된 시점은 한 달 여가 지난 2003년 1월 말이었다. 중국 정부가 사스 발병을 공식 인정하고 본격적인 방역에 나선 것은 2003년 4월이었다. 사스는 이 기간 동안 구체적인 명칭도 없이 ‘괴질’로 불리며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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