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심판의 규칙과 관련한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탄핵심판 운영방안을 담은 결의안을 53대 47로 통과시켰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미 역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탄핵심판 첫날은 규칙과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13시간 만에 끝났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핵심 증인 채택 등 민주당의 수정안을 11번이나 거부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증인 채택도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 상원이 22일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탄핵심판 운영방안을 담은 결의안을 53대 47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전날 시작된 탄핵심판은 13시간 동안 민주당이 제안한 11개 개정안이 모두 부결된 뒤에야 끝났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첫날부터 탄핵규칙과 증인채택을 둘러싼 기 싸움을 벌였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초안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초안은 하원 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22일부터 각각 이틀에 걸쳐 24시간을 변론할 수 있도록 하고, 하원의 증거는 투표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최대한 탄핵심판을 일찍 끝내려는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상원 심판은 매일 오후 1시쯤 예정됐기 때문에 12시간씩 써도 자정을 넘겨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심리를) 가능한 한 서두르고 증거 확보를 가급적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새벽 2시나 3시까지 (변론이) 이어지게 해 미국인들이 못 보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온건파들의 우려가 나오자 매코널 원내대표는 막판에 안을 수정해 3일간 하루 8시간씩 변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수인 공화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번번이 좌초시키면서 힘을 과시했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심판 수정안을 11개나 제출했지만 모두 반대 53, 찬성 47로 부결됐다. 새로운 증인 채택에는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다. 철저한 정파투표가 이뤄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물로 관심을 받던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채택도 무산됐다. 민주당은 수정안에서 볼턴 전 보좌관을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는 안을 제출했지만 공화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은 증인으로 소환되면 증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백악관·국무부·국방부·예산국 등 4개 부처의 기록을 요구한 수정안,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증인으로 소환하도록 한 수정안도 부결됐다.

공화당의 철저한 당파 투표에 민주당은 반발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상원은 백악관과 국무부의 문서를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진정 공정한 탄핵 심판을 원한다면 왜 증거를 숨기는 건가?”라고 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주당이 공화당이 대통령의 은폐공작에 연루돼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정치적 전략을 짜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새로운 증인 채택을 원하고 있다며, 매코널 원내대표의 탄핵심판 전략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69%가 새로운 증인 채택을 원하고 있다며, 흥미로운 점은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새로운 증인 채택을 원한다는 응답이 48%로 원치 않는다(44%)보다 높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양측이 거친 발언을 하자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질책하는 풍경도 펼쳐졌다. 하원 탄핵소추안 작성을 이끈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투표한다”고 비난하자,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창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로지 내들러 당신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로버츠 대법원장은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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