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OC 투자 증가로 4분기 ‘깜짝 실적’
민간 소비·설비 투자서 경기 회복 신호도
“정부예산주도 성장 지속가능하지 않아”


막판 ‘예산 쏟아붓기’가 2.0% 성장률을 가까스로 사수했다. 정부는 예산 불용이 없도록 남김 없이 쓰라며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까지 독려했었다. 나랏돈으로 꺼져가는 경기를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4분기에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린 게 주효했다. 다만 4분기 ‘깜짝 반등’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민간소비·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미약하나마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올해 경기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주도성장’으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규제혁신, 경제구조 개편, 민간 활력 강화, 잠재성장률 제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고 지난해 실질 GDP가 2.0% 성장했다고 22일 밝혔다. 시장에선 지난해 1분기(-0.4%)와 3분기(0.4%) 보여준 부진을 바탕으로 연간 2.0% 성장이 힘들다고 관측했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켰다”며 경기 반등 발판 마련에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성장률 추락을 막은 건 정부 지출이었다. 연간 2.0% 성장률에 턱걸이를 하려면 4분기에 1.0% 이상 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기록해야만 했다. 이에 기재부는 예산을 남김 없이 쓰는데 총력을 다했다. 지난해 배정된 총 예산을 중앙정부는 97% 이상, 지방정부는 90% 이상 집행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재부에서 최종 집행률을 집계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목표치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2%를 찍었다. 이 성장률에는 정부소비가 0.4% 포인트, 정부투자가 0.6% 포인트나 기여했다. 사실상 나랏돈으로 일군 성장률이다. 정부가 생활밀착형 SOC 투자와 복지비 지출을 늘리면 4분기 정부지출은 2.6% 증가해 지난해 1~4분기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3분기(-6.0%)의 역성장을 딛고 4분기에 전 분기보다 6.8% 뛰었다.

또한 4분기에는 민간 부문에서 경기 반등 신호가 잡혔다. 4분기 민간소비는 내구재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3분기 -0.8% 포인트에서 4분기 0.5% 포인트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 분기보다 1.5% 상승해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는 삼성이 반도체 장비 투자에 들인 12조원이 지표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본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망 위축으로 4분기에도 수출(-0.1%) 부진이 이어졌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민간투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년 연속 ‘땜질식 성장’에 부정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금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민간에 활력이 없으면 아무리 예산을 쏟아도 가계와 기업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세수도 줄어든다. 해가 거듭될수록 정부의 정책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년 단기 성장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나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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