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센터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시민들.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중국 내 마스크 사재기 및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중국 정부가 단속에 나섰다.

또 춘절(春節·설)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 그룹의 ‘세뱃돈 풍습’이 올해는 사라졌다.

22일 환구망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 톈마오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는 초미세먼지와 병원균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3M KN95 마스크 뿐 아니라 방진 마스크와 의료용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이 대부분 동났다. 이에 업자들은 가격을 기존의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올리고 있다.

KN95 마스크 가격은 기존에 박스당 99위안(1만6700여 원)이었으나 400위안(6만7000여 원)까지 치솟았고 일부 소매상은 1000위안(16만8000여 원) 가까이로 인상하기도 했다.

SNS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고,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타오바오는 20일 저녁 마스크 판매 업자들에게 가격 인상 금지 통보를 내렸다. 이는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우회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타오바오 측은 “현재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 마스크 재고가 충분하며 소비자들이 좋은 마스크를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특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인 쑤닝이나 전자상거래 업체인 핀둬둬도 관련 가격 감시에 들어갔다.

신랑망 등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우한 폐렴이 확산되자 장거리 이동을 자제하는 중국인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여행예약 사이트 시트립(携程)은 우한 폐렴 사태 전 24~30일 춘절 연휴 동안 국내 여행자가 전년보다 8.4% 증가한 4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 이미 1000만명 단위의 중국인이 여행을 포기하거나 단축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남부에서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30대 여성은 가족과 함께 베이징에서 춘절 연휴를 보낼 예정이었지만 출발 직전에 취소했다. 여성은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취소로 1만 위안(약 170만 원)의 고속철 등 예약금, 호텔비 1200위안을 환불받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홍콩 훙타이여행사는 다음 달 말까지 우한을 여행할 예정이었던 10개 그룹, 200여 명의 단체관광을 취소시켰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우한 폐렴이 확산하자 매년 춘절에 세뱃돈을 주던 행사를 취소했다. 텐센트 그룹 직원들은 매년 춘제 연휴 기간이 끝나는 날 마화텅 회장 등 임원진으로부터 세뱃돈(훙바오·紅包)을 받는 풍습을 20년 가까이 이어왔다.

지난해 춘절 때도 광둥성 선전의 텐센트 그룹 본사 건물 1층에서부터 임원진이 세뱃돈을 나눠주는 48층까지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직원은 훙바오를 나눠주기 12시간여 전인 전날 저녁 8시쯤부터 기다려 새벽 3시쯤 1번 번호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텐센트 그룹은 전날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당초 2월 1일로 예정됐던 훙바오 지급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 우한 폐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보건 당국은 우한에서 집단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미 변이해 전파력이 한층 강해졌다고 밝혔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 주임은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 파악 중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시점에선 다른 사람에게 전염력이 극히 강한 ‘슈퍼 전파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런 환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2003년 중국과 세계 각국을 휩쓸며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슈퍼 전파자’가 대량 확산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