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박구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서울 명동, 동대문 등 일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유커 특수’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은 “중국인이 많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찾는 한 면세점에서는 실내인데도 마스크를 쓴 채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광객은 “스마트폰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뉴스를 계속 찾아보고 있다”며 “아직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설 연휴를 앞두고 본사로부터 업장 곳곳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임신한 판매 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전날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시키면서 취한 조치다. 면세점 관계자는 “물건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어서 사람끼리 접촉할 일이 많다”며 “개인 위생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백화점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수시로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백화점은 물론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면세점 측에서도 이번 우한 폐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한 폐렴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고 잠복기도 알 수 없어 검역소에서 환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4일부터 일주일간 중국인 13만명이 입국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는 사드(THADD) 사태로 곤두박질쳤던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말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던 차에 우한 폐렴이 터져 매출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5년 메르스(MERS) 사태 때 매출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컸던 터라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인근 상인들 역시 감염 걱정도 걱정이지만 매출 걱정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 지하상가에서 한국 특산물을 파는 김모(50)씨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라며 “사태가 심각해져 검역이 강화되면 중국인 관광객들 발길이 뜸해질 것이고 매출도 크게 떨어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타운에서 한류스타 관련 상품을 팔고 있는 김모(73)씨도 “아직 사드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몇년 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광객이 조금씩 늘어 이제 좀 장사가 되나 싶었는데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학들은 다만 아직 방학기간이고 유학생 다수가 명절을 쇠러 중국으로 출국해 당장 급할 건 없다는 분위기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교내 건강센터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의 주요 증상과 위험 요인, 감염 예방수칙 등을 게재했다”며 “관련 내용을 학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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