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홍명보 “올림픽 개최국이 한국과 인접해 유리,
와일드카드 차출하면 대표팀 역량 더 상승”

홍명보(왼쪽)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한국 올림픽(U-23)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2012년 8월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미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승리해 사상 최초의 올림픽 축구 동메달을 차지했다. 국민일보 DB(올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축구의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대기록이다. 남은 과제는 이미 보유한 올림픽 동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 정박한 ‘김학범호’는 이제 시상대를 바라보며 돛을 곧게 세우고 있다.

한국은 올림픽 남자축구 메달 보유국이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지휘했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제 행정가의 신분으로 태국에서 김학범호와 동행하고 있는 홍 전무는 23일 전화통화에서 “김학범 감독과 지금의 U-23 대표팀 선수들이 아시아 최고 수준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며 “본선 진출국이 모두 입상권을 노리겠지만, 지금의 한국은 유럽파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차출하면 올림픽 메달도 기대할 만큼 뛰어나다. 올림픽이 같은 시차에 비슷한 기후를 가진 인접국가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이 지휘하는 U-23 대표팀은 같은 날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호주를 2대 0으로 격파했다. 결승까지 5전 전승. 이제 1승만 더하면 우승이다. 한국은 오는 26일 태국 수도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승을 경쟁한다.

이 대회는 3위 안으로 입상한 국가에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부여한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소 2위를 확보해 본선행을 확정했다. 남은 1장은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의 3·4위전 승자에게 돌아간다. 모두 16개국이 경쟁하는 올림픽 본선에서 아시아 출전국은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4개국이다.

김학범(오른쪽)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한국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호주에 2대 0으로 이기고 끝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후반 41분 교체해 불러들인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김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부터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연속 출전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다 기록이다. 한국의 뒤에는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두 차례 달성한 이탈리아가 있다. 올림픽 본선으로 30년 넘게 ‘개근’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통산 11회 본선 진출로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다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 범위를 세계로 확장해도 한국보다 많은 출전 기록을 보유한 국가는 이탈리아(15회) 미국(14회) 브라질·프랑스(13회) 이집트(12회) 뿐이다.

한국의 올림픽 본선 출전 기록은 이미 월드클래스에 있다. 이는 유럽·남미보다 경쟁력이 낮은 아시아여서 가능한 일이지만, 올림픽급(U-23) 연령대에서 한국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 올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이정표로 삼을 수 있다.

홍 전무는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했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동메달을 조국에 선사한 감독이었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 아시아 사상 최초의 4강 진출을 확정한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의 마지막 골을 넣은 대표팀 주장이었다. 이런 홍 전무에게 국가대표 후배들의 승전보는 기분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홍 전무는 “협회가 올림픽 본선까지 대표팀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축구인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런던올림픽 이상의 성적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면서도 김 감독과 선수들이 느낄 부담감을 의식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꼭 이뤄냈으면 한다”고 했다. 그만큼 축구계 안팎에서 올림픽 우승·준우승을 향한 열망이 높다.

홍명보(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한국 올림픽(U-23)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2012년 8월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미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2대 0으로 승리해 동메달을 확정한 뒤 선수들의 헹가레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 DB(올림픽공동취재단)

비현실적인 꿈은 아니다. 김 감독은 백승호(다름슈타트)·이승우(신트트라위던)·이강인(발렌시아) 같은 스타플레이어 없이 대업을 달성했다. 이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이 과정에서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같은 ‘벼락 스타’를 한국 축구의 주포로 발굴하면서 리더십을 입증한 지도자다. 선수를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 전력의 공백을 다양한 전술로 대응하는 지략을 가진 ‘토종 명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학범호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고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을 포함한 U-23 연령대 유럽파를 충원하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황의조 같은 성인 대표팀의 간판스타를 와일드카드로 영입하면 지금보다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와 외신을 종합하면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는 19개국, 메달 1개 이상을 수확한 나라는 모두 31개국이다. 그중 동메달 1개만을 보유한 나라는 통일 이전의 서독을 빼면 한국·일본·노르웨이·칠레·가나의 5개국뿐이다. 한국의 올림픽 본선 성적은 공동 27위에 해당한다.

축구에서 올림픽은 출전 가능 연령을 23세 이하로 제한해 전성기 이전의 프로, 폭넓게는 아마추어까지 출전하는 대회다. 그 덕에 아프리카·북중미 국가에도 금메달 기회가 돌아갔다.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 마냥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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