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사업가, 트럼프가 “모르는 사람” 주장하자 몰카 공개
트럼프, 영상 파일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내일 잘라라”
트럼프, 1차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미국, 한국전 왜 참전했나” 질문도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디 줄리아니. 줄리아니의 최측근 인사인 파르나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뉴욕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이 사진은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공개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자신에 비판적이었던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쫓아내라고 말한 영상 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2018년 4월 30일 정치자금 후원자들과의 저녁식사에서 나왔던 대화들이 녹음돼 있다.

이 파일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 때문이다. 뉴욕 연방검찰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파르나스를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파르나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혹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르나스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뗐다.

그런데, 이 영상 파일이 녹음됐던 저녁식사에 파르나스가 동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담겨졌다. 또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한 달 반 전에 이뤄진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단한 골퍼(great golfer)”라고 농담처럼 말한 것도 녹음됐다.

1시간 23분 분량의 이 영상 파일은 뉴욕 연방검찰에 의해 파르나스와 함께 기소된 벨라루스 출신 미국인 사업가 이고르 프루먼이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녹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모습도 담겨져 있지만 식사가 시작되면서 카메라가 식탁 아래 놓여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파르나스의 변호사가 이 파일을 미국 언론에 공개했다.

이 영상 파일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부자들이 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 영상 파일에서 파르나스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녀(마리 요바노비치 대사)는 모든 사람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곧 탄핵되니까 기다리라’고 말하고 돌아다닌다”고 험담을 했다. 이 얘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게 “그녀를 제거하라. 그녀를 내일 잘라라.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를 내일 잘라라. 알겠나. 당장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바노비치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한지 1년이 지난 뒤인 2019년 4월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반 뒤에 있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도 자랑스레 입에 올렸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참석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장소 문제는 많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답하며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게일 인터내셔널이 지분의 70%를 소유한 이 골프장은 유명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곳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 만찬에는 니클라우스의 손자인 잭 니클라우스 3세도 동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대단한 골퍼”라고 말했다. 이어 “그(김 위원장)는 북한에서 18타를 쳤다고 한다”면서 “사실 18타를 친 것은 그의 아버지(김정일)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모든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의미로, 북한 체제의 김정은 부자 우상화를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골프를 즐기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어떻게 한국에 개입하게 된 것인지 누군가 말해달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됐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부시가 우리를 전쟁과 중동에 끌고 들어가 7조 달러(8100조)를 쓰고 있다”면서 “멋진 사례”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을 향해선 “중국이 우리를 수년 동안 이용해 먹었는데 우리는 중국에 2조 달러(2300조)를 빚지고 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는 더 나쁘다. 중국이 WTO 가입 전에는 이렇게 대단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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