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42)의 목숨을 앗아간 헬기 사고가 짙은 안개 속에서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음성 녹음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주요 항공 관련 웹사이트에 공개된 사고 당시 음성 녹음에는 관제소가 조종사에게 “현재 너무 낮게 날아 비행 추적을 할 수 없다”고 주의를 주는 대화가 등장한다. 조종사가 안갯속에 너무 낮게 비행하다가 앞에 있는 산을 보지 못한 채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등 총 9명이 타고 있던 이 헬기는 전날 오전 10시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칼라바사스의 한 산비탈에 충돌했다. 이날 사고 지역 일대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어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안개가 사고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지목됐다. 실제 이날 안개로 인해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로스앤젤레스 경찰과 보안관 당국은 당일 업무용 헬기 사용을 금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헬기의 경우 이날 안개로 비행 전 관제소로부터 ‘특별시계 비행’(SVFR) 허가를 받아 운항했다. SVFR은 기상 상황이 좋지 못할 때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는 조건으로 비행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함께 숨진 조종사는 전직 비행 교관 출신의 베테랑으로 안개 낀 날에도 조종이 가능한 자격을 갖췄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헬기는 관제소에 각종 계기를 활용함으로써 지속해서 위치를 추적해 다른 물체와 충돌을 피하도록 해주는 ‘비행추적’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당시 비행추적은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헬기가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너무 낮게 난 탓이다.

헬기 사고 현장. 연합뉴스

항공 전문 변호사인 게리 롭은 조종사가 계기 비행에 의존하는 대신 지상을 맨눈으로 확인하고자 구름 아래로 고도를 낮게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음성 녹음에서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종사가 점점 더 낮게, 안개와 상승한도 아래까지 내려가고 싶어한 것 같다”며 “헬기가 구름 아래로 낮게 날다가 산꼭대기를 스쳤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종사가 교신하는 내내 “매우 침착하고 아주 조심스러웠다”며 “교신 내용도 극히 정상적이고 관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미연방항공청(FAA)은 원칙적으로 안전 여부를 판단하고 비행을 결정할 책임은 조종사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FAA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합동으로 추락 현장을 찾아 헬기 잔해 수습 및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헬기가 산산조각난 데다 추락 직후 화재로 시신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시신 3구가 발견됐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관실은 이날 시신 수습 사실을 홈페이지 공지하고 과학수사센터에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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