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모금 사이트 ‘버진머니기빙’(virginmoneygiving)에 게재된 페니의 사진. 5살인 페니는 아동치매라고도 불리는 산필리포증후군을 앓고 있다.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다섯 살 난 딸을 둔 엄마가 있습니다. 딸은 가족의 얼굴도, 엄마를 부르는 법도 잊었다고 합니다. 딸을 잃는 것이 두려운 엄마는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아 매일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영국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주에 살고 있는 켈리 밀스(Kelly Mills)입니다. 밀스 부부의 막내딸 페니(Penny)는 최근 1년 사이 말수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기억력이 점차 쇠퇴하는 산필리포증후군(Sanfilippo syndrome)을 앓고 있는 탓입니다.

이 병은 유전성 희귀질환인 뮤코다당증의 일환입니다. 5세를 전후해 정신·신체적 발달이 지연되고 지능 및 운동능력 또한 저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걷고 말하고 먹는 모든 일상생활이 서서히 정지되는 등 알츠하이머와 증상이 비슷해 아동치매라고도 불립니다. 대부분 환자가 10대를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둡니다.
평소 페니의 모습. 이하 데일리메일

돌이켜보면 페니는 무엇이든 또래보다 느렸다고 합니다. 옹알이도 늦었고 용변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두 살 무렵에는 자폐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세 살이 되자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껴야 했습니다. 그래도 밀스 부부에게는 무척이나 예뻤던 딸. 유산을 경험했기에 더욱 소중했다고 합니다.

원인을 찾아 헤매던 밀스 부부는 2018년 9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페니가 산필리포증후군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켈리는 “딸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쓰러져 오열했다”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는 “의사가 이 병을 앓으면 평균 15살까지만 살 수 있다고 했다”며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켈리 밀러씨와 페니.

현재 페니의 상태는 악화하고 있습니다. 원래 알던 150개의 단어 중 지금 기억하는 건 10개 남짓입니다. 치즈, 초콜릿, 비스킷 등 재잘거리던 단어는 물론 형제의 이름도 모두 잊었습니다. 포크를 사용하지 못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퍼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법, 양말이나 신발의 짝을 맞추는 법도 모릅니다.

켈리는 “딸이 마지막으로 엄마라고 불러준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페니의 기억이 모두 떠나는 그 날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는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걱정만 가득했던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우리 가족의 목표는 내년에 페니와 함께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밀러 가족의 단체사진

최근 켈리는 딸에게 가능한 많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딸이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않게 하려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매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켈리는 “딸의 웃음만으로도 우리 집 분위기는 한 층 밝아진다”며 “춤추기 좋아하는 아주 행복한 딸이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같은 페니의 사연은 영국의 모금 사이트 버진머니기빙(virginmoneygiving)에 게재됐습니다. 3000파운드(한화 약 459만원)를 목표로 29일 오후 1시 현재까지 1696파운드(한화 약 259만원)가 모였습니다. 엄마의 노력이 페니가 행복한 기억들을 오랫동안 간직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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