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시작한 정육점, 이젠 고기만 봐도 부위를 알죠” [잡다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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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등뼈 다섯 근을 1만원에 드립니다. 집에 묵은지 많잖아요. 자, 이거 넣고 끓이시면 묵은지 금방 없어지죠.”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가 마이크 달린 헤드셋을 끼고 외쳤다. 무송씨는 지난해 10월 지인이 차린 이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가 판매할 소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차인선 PD

<오전 9시>
오전 9시 가게에 나오면 가장 먼저 그날 팔 고기를 준비한다. 이때부터 하얀 목장갑과 고기 자르는 칼은 무송씨에게 ‘무기’가 된다. 무송씨는 “일할 때 저희에게는 장갑이 곧 손”이라며 “하루에 10개 정도는 쓴다”고 했다. 장갑을 착용해도 매일 칼을 쓰다 보니 다칠 때도 많다. 고기를 써는 무송씨의 팔뚝에 작은 상처들이 여러 개 보였다. 정육점엔 무송씨를 포함해 총 5명이 일하는데 다들 한 번씩은 인대가 끊어졌었다고 했다.
무송씨는 고기를 썰며 동료들과 다음 주 회식을 어디서 할지 얘기했다. 정육점 직원들은 어떻게 회식을 할까? 가끔은 가게에서 고기를 가져와 인근 정육식당에서 먹기도 한다. 무송씨는 “여기가 고깃집이니 거의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의 동료가 손님에게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차인선 PD

<낮 12시>
낮 12시쯤 점심식사를 한다. 이날의 메뉴는 가게에서 직접 요리한 닭볶음탕이다. 무송씨는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판매가 잘 안 되는 고기를 주로 요리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처음엔 손님맞이가 불편했는데 이젠 익숙해졌다. 무송씨는 정육 일을 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원래는 식당 주방에서 조리를 했었는데 우연히 집 앞 마트의 정육코너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안내를 보고 면접을 봤다가 여기까지 왔다. 무송씨는 “이제는 일반 고깃집에 갔을 때 고기 생김새만 봐도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 무슨 부위인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 도축한 돼지고기 덩어리 4개가 내려지고 있다. 차인선 PD

<오후 2시>
오후 2시가 되면 갓 도축한 돼지를 실은 차가 들어온다. 돼지를 크게 2등분한 덩어리 4개가 내려지면 정육점에선 발골 작업이 시작된다. 우리가 집이나 식당에서 고기를 먹기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농가에서 키운 소, 돼지가 도축장으로 보내지면, 도축장에서는 고기에 등급을 매기고 도축을 한다. 도축한 고기를 경매인이나 1차 도매점이 사서 마장동 정육시장 등 2차 도매점에 보낸다. 이게 마지막으로 일반 정육점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정육코너에 보내지면 일반 소매자들이 구매할 수 있다. 정육점에선 뼈와 고기를 분리하는 ‘발골’을 한 뒤 등심 삼겹살 등갈비 등 부위별로 나누는데 이걸 ‘정형’이라고 한다. 그 다음 쓸모없는 부분을 손질하고 먹기 좋게 상품화해 내놓는다. 무송씨의 정육점에서 돼지를 발골해서 정형하는 작업은 단계별로 분업이 이뤄진다. 먼저 한 명이 크게 등뼈를 발라낸다. 다른 사람이 판매대에 올리기 전 좀 더 세세하게 손질해서 부위별로 나눈다. 소는 돼지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4등분해서 온다.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의 동료가 돼지고기 정형 작업을 하고 있다. 차인선 PD

손님들이 먹기 쉽도록 손질하는 일에는 손이 많이 간다. 각 부위는 용도에 맞게 손질해 포장한다. 가령 등갈비는 찜하기 좋은 형태로, 등심은 돈가스 등으로, 삼겹살은 구워 먹기 좋게 자르는 식이다. 우족엔 잔털이 많아서 토치로 그을려 제거해야 한다. 무송씨는 “구청 위생과에서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시에 점검하러 오기 때문에 원산지, 이력번호, 유통기한 등 표기를 한 라벨도 꼼꼼하게 붙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가 돼지고기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차인선 PD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가 돼지고기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차인선 PD

<오후 4시>
오후 4시쯤이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다. 오후 6시가 되면 한숨을 돌리며 저녁 식사를 한다. ‘삼겹살데이(3월 3일)’ 같은 날에는 고기가 많이 팔릴 것 같지만, 오히려 일반 소매 정육점은 대형마트에 밀려 손님이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삼겹살데이엔 삼겹살을 많이 준비해놨는데 대형마트가 헐값에 파는 바람에 우리 가게는 진짜 텅텅 비었어요.”

지난 1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정무송(35)씨의 동료가 고기 써는 기계를 정리하고 있다. 차인선 PD

<오후 8시>
오후 8시쯤부터 가게를 정리한다. 오후 9시에 가게 문을 닫고 직원들도 퇴근한다. 정육점에서 일하면 주말에도 시간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시기를 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무송씨가 말했다. “정육점은 성수기, 비수기가 크게 없고, 크게 계절을 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자영업보다 리스크가 크진 않아요. 빨리 자립해서 제 가게를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영상=차인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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