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12일 경남 남해의 선수단 숙소인 아난티 남해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남해=이동환 기자

프로축구 K리그2의 신생팀 대전하나시티즌의 전지훈련 열기가 뜨거웠던 12일 경남 남해 스포츠파크. 한국 축구의 레전드 ‘황새’ 황선홍(52) 대전 신임 감독은 훈련장 한 편에서 체력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2시간 동안 세심히 관찰했다. 때때로 코치진들과 훈련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일부 선수들에겐 직접 다가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황 감독은 훈련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황 감독이 대전에 정착시키려 하는 건 ‘콤팩트한 전진패스 축구’다. 스페인과 남해에서 이어진 전지훈련 내내 그는 선수들에게 속도감 있는 전방 패스를 지시했다. 백패스를 파울로 간주하고 볼 터치 수에 제한을 둬 빠른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 훈련이 끝난 뒤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황 감독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건 아니다”며 “선수들이 불확실함 속에서 볼을 앞으로 보내야 해 복잡하고 적응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축구는 황 감독이 10년 지도자 생활 내내 추구한 철학이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그는 ‘한국 축구의 경쟁력 향상’을 고민했고, 점유율을 포기하더라도 속도 에서 우위를 점하자는 정답을 얻었다.

그 소신은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그가 감독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황 감독은 2011년부터 5년간 포항 스틸러스를 맡아 ‘스틸타카(세밀한 패스를 통한 공격축구)’로 전성기를 열고 K리그 우승과 FA컵 2회 우승의 업적을 냈다. ‘패스하기 위한 패스는 하지 말라.’ 처음 2부리그 팀을 맡았지만 목표는 변함이 없다.

황선홍 감독(맨 위)이 2013년 12월 1일 울산문수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2013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을 지휘한 뒤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 뉴시스

축구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황 감독의 완벽주의적인 소신이 성공만 안겼던 건 아니다. FC 서울을 맡았을 땐 2018년 리빌딩 과정에서 팀이 9위로 추락해 시즌 중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박주영·데얀 등 노장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불거졌다. 황 감독은 “변화를 줘야한다는 구단 목표 속에서 팀 통솔에 잡음이 있었다”며 “의도한 것도, 특정 선수가 미웠던 것도 아니지만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잘했다고 볼 수 없고 서울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돌아봤다.

서울을 떠난 황 감독은 지난해 맡은 중국 옌볜 푸더가 공식 데뷔전 전에 해체돼 결과적으로 1년 넘는 휴식기를 가졌다. 그는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감독 생활을 되돌아보며 ‘유연함’을 갖추게 됐다. 황 감독은 “축구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아 그 틀에 맞춰 끌고 가려는 마음이 강했다”며 “지금은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선수 성향에 따라 변화도 주려 한다. 실패 경험이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고 밝혔다.

대전은 22세 이하 필드플레이어만 10명일 정도로 젊다. 몇몇 선수들은 황 감독의 16살 늦둥이와 나이가 비슷할 정도. 과거보다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의사 개진이 활발한 ‘요즘 선수’들에 다가가려고 황 감독도 노력 중이다. 그는 “요새 유행하는 것도 알려고 하고 농담도 하지만 쉽지 않다”며 “가능성 있는 숨은 진주들이 있어 기술적, 멘털적인 면에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가지면 누구든 투입될 수 있다’는 원칙도 정했다.

황선홍 감독(오른쪽)이 11일 경남 남해의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에서 박용지에게 움직임을 지시하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올 시즌 대전의 목표는 단연 승격이다. 하지만 성적만큼이나 황 감독이 바라는 건 신생팀 대전에 바람직한 팀 문화를 정착시키는 거다. 그는 “지난 시즌 대전은 K리그 22개 구단 중 21위를 했을 정도로 당당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이미지였다”며 “알을 깨고 나와 용기 있는 축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40대 신진 감독이었던 그는 어느덧 고참 감독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황 감독은 초보 감독이었던 부산 시절을 꼽았다. 많은 패배를 하며 안 되는 이유를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축구와 감독에 대한 철학을 정립시킨 시기여서다. 과거를 떠올리는 황 감독에게선 ‘축구’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나왔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12일 경남 남해의 선수단 숙소인 아난티 남해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 인터뷰 뒤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해=이동환 기자

“축구 감독은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끝없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황 감독은 인터뷰 말미 축구 선배로서 기성용의 K리그 복귀 무산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그는 “서울 감독 시절 (기)성용이 소속팀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려 전화를 걸었다가 ‘언제 K리그 와서 뛸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박)지성이와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기)성용이 같은 선수는 한국 축구와 팬들을 위해서라도 K리그에 돌아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이)청용이나 (구)자철이도 마찬가진데 일본처럼 (레전드 선수는) 나이가 들었더라도 실력이란 잣대만 들이대기보단 예우 차원에서라도 구단이 수용해주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며 “당연히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번 일 보면서 놀랐다”며 안타까워했다.

남해=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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