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다 베검의 무덤 옆에 선 아들. 연합뉴스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성매매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성매매 종사자들은 죽어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이슬람 지도자들이 성매매를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해 이들의 장례 기도를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사창가인 다우랏디아에서 열린 베검(65)이라는 성매매 여성의 장례식을 보도하며 “역사적 사건”이라고 전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최초의 이슬람 장례식이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딸인 락스미(35)는 “어머니가 이렇게 영광스러운 작별을 하게 될 줄은 생각 못 했다”면서 “어머니는 인간 대접을 받았다. 이제부터 나를 포함해 사창가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이 어머니처럼 장례식을 치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베검의 장례식에는 성 노동자 등 200명이 참석했고, 밤늦게까지 400여명의 조문객이 몰려 함께 기도하고 눈물을 흘렸다.

방글라데시 사창가 다우랏디아.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사창가 다우랏디아의 한 성 노동자. 연합뉴스

방글라데시에서는 18세 이상 여성의 성매매가 합법이고, 전국에 12개의 합법적인 사창가가 운영되고 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다우랏디아에서는 1200명 이상의 여성이 성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 5000명의 손님을 맞는다.

그러나 성매매에 종사할 수 있는 나이가 정해져 있음에도 미성년자, 심지어 7세 정도의 여아들마저 동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아동 인신매매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장례식의 주인공인 베검 역시 12세부터 다우랏디아 사창가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성매매를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기에 성 노동자의 장례 기도를 거부하고 금기시해왔다.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에서는 성 노동자가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강에 시신을 던지거나 밤에 몰래 매장했다.

현지 성노동자모임 대표는 “아침에 성 노동자의 시신을 매장하려 하면 마을 사람들이 죽봉을 들고 우리를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노동자는 “우리의 죽음은 개 한 마리가 죽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방글라데시 사창가 다우랏디아의 성 노동자들. 연합뉴스

베검 역시 지난주에 세상을 떠난 뒤 관행대로 묘비 없이 땅에 묻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성노동자모임이 지역 이슬람 지도자(이맘)에게 정식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지역 경찰서장도 설득에 나서 ‘성 노동자의 장례식’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이뤄질 수 있었다.

경찰서장인 라만은 “지역 이슬람 지도자가 처음에는 장례 기도를 꺼렸다. 하지만 ‘무슬림이 성 노동자의 장례기도에 참석하는 게 금지돼 있냐’고 묻자 답하지 않았고 결국 승낙했다”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차별적인 금기를 깨기 위해 지방 정부와 의원, 경찰 지도자들이 힘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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