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갈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AP연합뉴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가 12일(현지시간)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과 연루된 112개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에어비앤비, 트립어드바이저 등 글로벌 기업이 포함됐다. 팔레스타인은 ‘국제법의 승리’라고 환영한 반면, 이스라엘은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반발했다.

OHCHR이 이날 공개한 명단에는 에어비앤비와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포함됐다. 112개 기업 중 94개가 이스라엘에 본사를 뒀고, 나머지 18개는 미국·프랑스·네덜란드·룩셈부르크·태국·영국 등 6개 나라에 본사를 뒀다.

이번 발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140여개의 정착촌을 지었고, 유대인 약 60만명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이-팔 분쟁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에 위배된다고 본다.

두 국가 해법이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분쟁을 막자는 것이다. 오슬로협정으로 합의안이 확립됐지만, 이행되지 않으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착촌 사업이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이에 연루된 기업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OHCHR은 다만 이번 발표가 국제법 위반 여부를 문제 삼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OHCHR은 “보고서는 이들 사업체에 대한 언급이 사법적·준사법적 절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즉각적으로 기업들에게 법적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불법성은 분명히 했다.

데이터베이스 제작을 맡은 미셸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안다”면서도 “사실에 근거한 이 보고서가 전례 없고 매우 복잡한 임무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반영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가디언은 “유엔이 발간한 공식 리스트는 팔레스타인 점령과 연계된 사업에 대해 정부 및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등을 취하도록 압박해 친팔레스타인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압박을 위한 불매운동을 이끄는 단체 ‘불매·투자철회·제재 운동’(The 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movement)’은 “이스라엘과 국제적 기업들에 책임을 묻기 위한 유엔의 매우 중요하고 구체적인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반응은 엇갈렸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리아드 알말키 외무장관은 “국제법과 외교적 노력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을 없애려는 국가 및 단체들의 압력에 수치스럽게 굴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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