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쓴 진보학자와 이를 실은 경향신문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진보정권의 집권여당이 보여주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옥죄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것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민주당은 이 칼럼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 조항을 위반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단순히 ‘민주당 이러면 총선에서 못 이긴다’ 정도의 비판이 아니라 제목부터 내용까지 민주당을 빼고 투표하자고 한 것”이라며 “검토 결과 선거법 위반 소지가 너무 명백하다고 해서 원칙대로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고발 사실을 알린 뒤 “노엽고 슬프다”며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적었다. 임 교수는 “선거는 개개 후보의 당락을 넘어 크게는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 “선거 기간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정권과 특정 정당을 심판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선거의 이름을 빌리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총선승리는 촛불혁명 완성”이라고 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지난해 발언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실마리가 됐던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 당부 발언 등을 소개했다. 이어 2000년과 2016년에 벌어졌던 시민단체의 낙선 운동 사례 등을 열거했다. 임 교수는 “선거법 58조 ‘선거운동’의 정의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후보자의 특정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며 “그래서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은 인정했지만 ‘후보자의 특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전직 판사가 얼마 전까지 대표로 있던 정당이 이런 유명한 판례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왜 고발했을까.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칼럼에서 임 교수는 정권과 검찰 간의 갈등,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을 거론하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 교수는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지적한 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 파동 등을 겪으면서 임 교수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 인사들의 민주당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비판 대열에 가담했다. 최근에는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등이 공개적인 비판 발언을 내놓았다. 이번 민주당의 고발 조치로 촛불혁명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진보 진영의 이탈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고발하라”며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적었다. 김 전 집행위원장도 “나도 고발하라”며 “임 교수의 한 자, 한 획 모두 동의한다. 나도 만약에 한 줌 권력으로 고발한다면, 얼마든지 임 교수의 주장을 한 자 한 획 거리낌 없이 반복하겠다”고 밝혔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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