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및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남성들이 산책 중이던 여성의 애완견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B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체육관을 운영하는 사바 바라크자이라는 여성이 지난 7일 생후 7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산책을 하다가 겪은 끔찍한 비극을 보도했다.

바라크자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하고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날은 평소에 보지 못한 남성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산책을 시작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났을 즈음 남성들은 갑작스럽게 개의 몸통에 총을 겨눴다고 바라크자이는 전했다. 애완견을 쏘지 말라는 바라크자이의 애원에도 그들은 곧장 개의 가슴팍에 네 발을 발사했다. 일당을 그를 향해 “여자는 시베리아 허스키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바라크자이가 총상을 입은 애완견을 데려가려는 시도 역시 허용되지 않았다. 그가 개를 품에 안고 차를 향해 달리자 남성들은 “개를 버리라”고 위협하며 그녀에게 총구를 돌렸다. 결국 바라크자이는 사체를 산에 놓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바라크자이의 자매인 세타예시는 “가해자들이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라크자이의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이 지역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최초의 여성 관장이다. 이 자체도 아프간에서는 금기시된다”고 설명했다.

바라크자이는 체육관에서 10대 소녀들에게 자전거를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선 남성이 차를 태워주지 않으면 여성들은 이동이 어려워 자전거는 매우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어린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만연하다.

세타예시는 “(바라크자이가) 20년 전 체육관을 열었을 때 지역사회에서는 공격적인 반응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체육관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라크자이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여서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는 것도 아프간 여성으로서는 큰 도전이었다. 바라크자이는 7개월 전 푸른 눈을 가진 허스키를 입양했다. 이름은 ‘하늘’이라는 뜻의 ‘아스만’이라 지었다. 허스키의 하늘색 눈동자를 보고 지은 이름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아스만과 눈밭을 달리는 사진, 함께 들판을 달리는 사진 등이 여러 장 개시돼 있다.

괴한들에게 애완견을 잃는 비극을 겪고도 바라크자이는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현지 매체인 카마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고해도 경찰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을 걸 안다”면서 “이 나라에서는 매일 수십 명의 사람이 죽어가지만 아무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세타예시는 이번 공격으로 가족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정말 무서웠다. 누구도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공포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바라크자이는 힘겹게 유지하던 체육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체육관에 있던 장비도 다 팔아넘긴 상태다. 그는 이웃 국가인 이란에 이민을 검토 중이다.

김영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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