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임직원, 직무상 정보로 수백억 부당 이득
라임 -신한금투, 부실 발생 알고도 상품 계속 판매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실사 결과,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환매연기한 전체 펀드 가운데 1조원대 펀드 가치는 ‘반토막’이 났다. 일부 펀드는 전액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4000여명(계좌 기준)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투자자들과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투자금을 운용한 라임 간의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라임 측의 펀드 운용 과정에서는 불법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 돌려박기’ ‘우회 자금지원’이 빈번했다.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금융 당국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책도 내놨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4일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 및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환매연기 펀드는 4개 모(母)펀드와 자(子)펀드 등 173개로,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이들 펀드는 우리·신한·하나은행과 대신증권 등 총 19개사를 통해 판매됐다. 개인계좌가 4035개(9943억원), 법인계좌는 581개(6736억원)에 달한다.

실사 결과, 라임의 대표 펀드 격인 ‘플루토 FI D-1호’(장부가액 1조2337억원)는 예상 손실율이 32~50%에 달했다. 최대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테티스 2호’(장부가액 2931억원)의 경우, 예상 손실율은 22~42%로 추정됐다. 이 두 펀드에서만 최대 예상 손실금액만 7354억원이다. 다른 손실 규모까지 합하면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자펀드의 경우 투자원금 전액을 날리게 됐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개념이다. 증권사는 1순위 채권자 자격을 갖게 돼 펀드에 들어간 금액을 투자자들보다 먼저 회수해갈 수 있다. 라임 측은 “‘라임 AI스타’ 1·2·3호 등 3개 펀드는 모펀드 기준가격 조정에 따라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 결과, 라임 측의 불법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금감원은 “라임은 장기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개방형, 단기 폐쇄형 구조를 채택해 유동성 리스크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펀드구조 설계 단계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얘기다.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손실을 돌려막는 등의 위법 행위가 빈번했다. 손실 돌려막기는 특정 펀드의 손실 발생을 피하려고 자신들이 운용하는 또 다른 펀드 자금을 활용해 부실 자산을 인수하는 수법이다. 수차례 반복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투자자들은 부실 운영 사실을 모를 수 밖에 없었다. 라임의 일부 임직원은 개인 펀드를 만들어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또 3개 모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의 불법행위를 확인했다. 특히 라임 측과 신한금융투자가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이 상품을 계속 판매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올 상반기 중 조정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금감원은 “라임이 적법·공정한 절차를 통해 펀드 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환매·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원 현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펀드 판매사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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