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 산케이신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아베 신조 정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 정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을 쓴 인물은 그간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부르는가 하면, 독도를 일본에 넘기라고 주장하는 등 한국에는 망언제조기로 익숙한 인물로,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를 평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산케이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은 18일 ‘모든 재난은 인재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금은 아베정부가 문재인정부에게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구로다 위원은 산케이 서울지국장을 지내며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에 대해 극우적 발언을 해와 비난을 샀다. 하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를 칭찬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까지 코로나19를 막는 데 성공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사업·관광 등을 통한 교류, 중국인 유학생 등의 왕래 등으로 중국과의 인적교류가 일본보다 많음에도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잘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 18일 현재 확진자가 31명인데, 일본 훨씬 많은 확진자가 나온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요코하마항에 격리·정박하는 조치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발병지인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를 내고 있다. 크루즈선 내 감염자를 454명을 포함해 일본 전체 감염자 수는 17일 현재 52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언론 매체들이 매일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보도 내용을 절반 이상 할애하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손씻기·기침 에티켓 등 예방행동수칙을 안내하는 내용이 수시로 흘러나온다고도 전했다. 또 전국 공통 상담전화인 ‘1339’가 잘 운용되는 점도 꼽았다.

구로다 위원은 한국의 선전 배경으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겪은 교훈을 언급했다. 그는 “2015년 다수의 사망자를 냈던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도 있어 이번에는 한국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초기부터 대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썼다.

총선을 앞둔 점도 적극적인 대처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문재인정부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을 안정시켜 지지를 얻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몰락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들은 ‘인재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극심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임(지도자)의 덕’을 문제 삼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로다 위원은 결론적으로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일본에서도 민주당 정권의 몰락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아베 정부가 문재인정부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글을 쓴 구로다 위원은 망언제조기로 한국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은 예전부터 일본침몰론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며 “일본이 ‘침몰’ 위기니 한국이 영토 문제에 대해선 일본에 양보하면 어떨까”라고 비아냥댔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다.

그는 201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해 “매춘부를 국민 대표로 삼는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또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에 대해서는 “위안부 출신의 나이 든 여인들이 언론으로부터 독립유공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아 놀랍다”라고 비꼬았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일 갈등 국면에서는 “한국이 이만큼 풍요로운 나라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은 1965년 일본이 준 3억 달러가 기초가 된 덕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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