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뉴시스

중국에서 창궐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캐치프레이즈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생채기를 입은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G2(주요 2개국) 중국은 전염병 앞에서 축소·은폐에 급급하며 후진국형 국가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는 또다시 무너졌다.

2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1인 통치’ 시스템으로 모든 권한을 가진 시 주석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 코라나19라는 ‘블랙스완’이 중국 전체를 뒤흔드는 형국이다.

현재 중국에서 확산되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마무리될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중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2436명, 사망자는 1868명이다. 하루 동안 확진자는 1886명, 사망자는 98명 증가했다.

후베이성 밖은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중국 내에서 전염병으로 매일 100명가량이 죽는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중국 남부의 광둥성, 허난성, 저장성, 후난성 등의 확진자 수도 1000명 이상이어서 전국 각지의 봉쇄 조치가 언제 풀릴지 가늠할 수 없다. 각종 통제 조치로 공장과 각종 사업장의 가동률은 낮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업종의 영업은 대부분 무기한 중단돼 있다.
미국 켈리포포니아 UCLA 대학에 설치된 의사 리원량 추모공간.AF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때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8%에서 5.2%로 0.6%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1분기에 마무리된다는 전제여서 향후 4%대 전망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잠재적 위험으로 늘 거론돼온 부채 문제도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과 국가금융·발전연구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작년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245.4%로 전년 말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말 총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말보다 최대 10%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중앙과 지방의 정부 부채 비율은 38.3%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경제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와 코로나 방역·피해복구에 필요한 추가 비용으로 인해 재정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율을 3% 이상으로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채 비율은 55.8%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증가했다. 성장률 저하와 부채 문제가 동시에 중국 경제를 덮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는 중국 공산당이 제시한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사는) 사회’ 건설의 마지막 해인데,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중국 우한의 실태를 고발한 천추스 시민기자.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 정부는 ‘낙제점’ 수준의 위기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의사 리원량 등 ‘휘슬블로어’들이 코로나 확산을 경고했고,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지난해 12월 31일 ‘전염병 위험’을 알렸는데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설 때까지 중국 관료사회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 간 전염이 계속 진행되고 의료진까지 무더기로 감염됐는데도 “전염 가능성이 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로 인해 발병지인 우한 사람들조차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

그러나 1월 20일 시 주석이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하자 갑자기 “전염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오고, 3일 뒤에는 발병지인 우한이 폐쇄됐다. 이미 500만 명이 우한을 빠져나간 뒤였다.

그 후 패닉 상태에 빠진 우한 사람들이 갑자기 병원으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코로나 확산을 키웠고, 우한에는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환자가 넘쳐나 통제불능 상태가 됐다. 결정적인 순간에 국가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먹통이 된 것이다.

사태가 발생하면 숨기기에 급급하고, 환자 집계 방식도 수시로 바꾸는 허술한 관료들,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는데도 손쓰지 못하는 의료시스템 등은 그대로 세계로 중계됐다. ‘G2’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시 주석의 리더십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시 주석은 국가적 재난이 벌어졌는데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자, 이를 만회하려다 오히려 덫에 걸려드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1월 7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는 오히려 초기에 알고도 대처를 잘못했다는 비판의 빌미가 됐다.

특히 시 주석이 1월 7일 상무위원회에서 “지나치게 공포심을 일으켜 다가오는 춘제 분위기를 해치지 말라”고 지시해 사태 확산을 초래했다는 보도는 심상치 않다. 홍콩 언론의 이런 보도는 중국 권력 핵심부에 균열이 있고, 불만을 가진 세력이 있어 시 주석의 입지가 견고하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한에서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치료도 못 받고 죽은 사연, 어머니를 병원에 보내달라며 베란다에서 징을 치는 여성, 지금도 집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우한 주민들의 원성은 시 주석을 향해 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둔화, 실업 증가 등 경제적 타격이 심해지면 국민의 불만이 폭증하면서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임기 제한 없는 ‘종신 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이 코로나19 사태라는 복병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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