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퇴직연금 개편안이 17일(현지시간) 하원에 상정돼 심의에 들어갔다. 야당은 개편안 통과를 막기 위해 정부 제출 법안의 수정 요구를 무려 4만1000여건이나 제출하며 지연 전술에 들어갔다. 프랑스 노동계는 개편안에 격렬히 반발하며 지난해 말부터 장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연금 개편안은 대통령 추진 정책으로서 합법적이며 적법한 논의 절차도 거쳤다”며 “가까운 미래에 의원 여러분들도 개편안에 전폭적인 합법성을 부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하원에 제출한 연금 개편안은 직종·직능별로 42개나 되는 퇴직연금 제도을 단일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42개의 연금제도가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직업에 따라 정년과 연금 수급 시기, 금액 등이 제각각이어서 불평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연금제도를 통합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 국민에게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기존 제도에 비해 퇴직 시기가 늦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노동계는 마크롱 대통령의 개편안이 “일은 더 오래 시키고 연금은 더 적게 주겠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파업을 이어왔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성향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다음달 15일 지방선거 전까지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당이 하원 다수당이지만 야당이 정부 법안에 무더기로 수정안을 요구하면서 법안 통과 지연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제출한 수정 요구는 무려 4만1000여건이나 된다.

베랑 장관은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정부 개편안 역시 일부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반대가 있고 의견 차이가 존재함은 인정한다. 나는 이것을 민주주의라 칭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의 연금개편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 명이 하원 주변에서 시위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한 철도 노동자는 “연금 개편은 우리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 것이며 능력 있는 사람들은 사설 연금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미국에서 2008년 연금 개혁을 했을 때 연금생활자만 가난해졌던 일이 재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와 파리교통공사(RATP) 노조 등 프랑스 주요 노조들은 이날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리와 수도권의 철도 운행에도 별다른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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