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자가 집단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한 부두에서 16일 감염자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구급차가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요코하마항 정박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또 88명 늘어 542명에 이르렀지만 일본 정부는 배를 해상에 격리한 조치가 적절했다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언론도 배의 운영 주체만 일본 회사일 뿐 실제 배의 국적은 영국이라며 정부를 거들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자들을 해상에 격리한 조치가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스가 장관은 미국 등이 배에 갇힌 자국민들을 비행기에 태워 본국으로 귀국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세기를 타지 않고 배에 남은 미국인도 많이 있다”며 “미국은 당초 (일본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크루즈선이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접안할 때 탑승객 절반이 일본인이고, 이 배의 운영 주체가 일본 회사이기에 당연히 일본이 배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일본 정부도 여론에 따라 배를 자국 항구에 수용했다.

일본 정부는 이후 ‘미즈기와(물가) 방역 대책’을 실시했다. ‘본토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이 뭍에 발을 딛기 전 해상에서 섬멸한다’는 미즈기와 작전에서 착안해 해상 원천 봉쇄책을 내놓은 것이다. 올여름 도쿄올림픽이라는 대형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자국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미지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실제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도 본토 코로나19 감염자와 크루즈선 선상 감염자의 수를 별도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미즈기와는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배의 특성상 감염이 빠르게 번지면서 크루즈선은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선내에 들어가 승선자들을 검사하는 자국 의료진에 의한 2차 감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선상과 육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일본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 집단 감염의 책임을 회피하며 자화자찬하는 가운데 일본 언론은 정부 대응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유람선 대응 기국주의의 함정, 의무 없었던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항변했다.

기국주의란 여러 국가를 항해하는 선박의 경우 그 선박을 소유한 국가가 관할권을 가지고 단속한다는 의미다. 배를 일본 회사가 운영했으나 영국 국적의 선박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는 방역 조치를 강구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었다는 논리다. 승객 안전을 지킬 의무를 영국으로 돌린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착안(着岸)을 수용한 건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며 승객의 절반 가까이가 일본인이라는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며 “원래 크루즈선의 착안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제법상의 의무가 아닌데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크루즈선에서 수백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뒤늦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승선자 중 음성 판정자들은 19일부터 하선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전원의 검체 채취를 17일 마쳤다”며 “음성으로 나오면 19일부터 하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승객의 하선 완료 시점은 21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루즈선에는 현재 2900여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