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지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4년 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관계자들의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가 무고·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으나 검찰에서 혐의를 벗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검찰과 영화계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전직 영진위 사무국장 박모씨가 봉 감독 등 영화인들을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지난해 12월 불기소 처분했다. 박씨가 이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지난 12일 기각됐다.

앞서 봉 감독은 2016년 12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다른 영화인 단체 7곳과 함께 김세훈 당시 영진위 위원장과 박씨가 업무추진비 등 영진위 예산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이들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박씨는 같은 해 12월 영진위에서 해임 징계를 받아 해고당했다. 그러나 고발 사건은 이듬해 5월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또 영진위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18년 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까지 받아냈다. 이후 박씨는 자신을 고발한 봉 감독 등 영화인들을 지난해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봉 감독 측은 “국정감사에서 횡령 혐의가 확인된 박씨를 영화계 유관단체들이 고발하기로 했다”며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자 자격으로 고발장에 이름을 넣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검찰은 봉 감독 등을 불기소 처분하며 “국정감사에서 (박씨의)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등 문제가 지적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들이 허위사실을 신고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의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봉 감독 등 영화인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횡령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로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명예훼손으로도 고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이 맡았으며 지난해 11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박씨가 지난해 봉 감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박씨 측은 소장에서 “(봉 감독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물로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이 매우 큰 사람이지만 2016년 광화문광장에서 원고가 박근혜 정부의 부역자이며 비리를 저지른 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며 “그의 발언으로 원고는 검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부역자’ ‘적폐’로 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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