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끊임없는 비극을 낳고 있다. 우한의 한 병원에서는 초기 방호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일하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더구나 그의 부모와 남동생까지 감염됐으나 병원에 입원하지도 못한 채 사망해 슬픔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간호사가 일하던 병원에서는 병원장도 감염돼 숨졌다.

19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59세인 류판(柳帆)은 우창병원이 거점 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춘절(春節·설) 연휴도 없이 계속 근무를 하며 과로에 시달렸다.

지난 2일까지 연속 근무를 한 뒤 사흘간 쉬고 6일 출근했는데 몸이 아프고 열이 나는 증세가 나타났다. 곧바로 간호장에게 전화를 해 검사를 한 결과, 다음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만인 14일 사망했다. 과로로 몸이 약해진 데다 다른 질병을 앓고 있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류판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방호복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환자들을 돌보다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우한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여실히 보여줬다.

류판은 지인에게 “방호복이 없어 마치 발가벗은 것 같다. 그래서 가족들도 감염이 됐다”는 말을 남겼다.

우창병원은 “류판이 환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근무했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며 “이런 좋은 동료를 떠나보내야 해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조의를 표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류판의 부모와 남동생도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는 사실이다.
병원에 입원하지도 못한채 숨진 창카이.연합뉴스

그의 남동생은 후베이영화제작소 샹인샹(像音像) 간부이자 영화감독인 창카이(常凱)로 알려졌다. 남매가 성이 다른 것은 부모의 성을 각각 따랐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살던 창카이 부부는 춘제 연휴인 지난달 24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튿날 창카이 아버지가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신종코로나 증세를 보여 병원에 갔지만, 병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사흘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에는 어머니가 코로나로 숨졌다. 지난 14일 오전 창카이도 병원에서 숨졌고, 같은 날 그의 누나 류판도 세상을 떠났다.

창카이는 유서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원했지만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며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이어 “부모의 병간호를 한 지 며칠 만에 바이러스가 나와 아내의 몸을 삼켰다”며 “내가 사랑한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창카이의 부인도 감염돼 중환자실에 있고, 그의 아들은 영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판의 남편과 딸은 격리돼 의료 관찰을 받고 있지만, 다행히 별다른 증세는 없다고 한다.

우창병원에서는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의료진 900여 명을 이끌며 분투하던 류즈밍 원장도 전날 사망했다. 류 원장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달 중순 이후 병원에서 비상 근무하며 한 번도 귀가하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류 원장이 숨지기 전 아내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을 전한 위챗 대화 내용을 공유하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아내 차이리핑은 우한 시내 다른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차이리핑은 남편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직접 간호하러 가겠다고 했지만, 류 원장은 끝까지 아내를 걱정해 간호를 거절하다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생을 마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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