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린 글이 내부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내외부의 지적이 있는 점 감안하여 댓글을 내리게 된 점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십시오.”(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주무과장께서 어렵게 댓글을 내리신 김에 명분도 공감대도 찾기 어려운 회의 개최 또한 내리도록 고언하시어, 쾌도난마가 되심이 어떨지요.”(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지난 1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의 검사게시판에서는 검찰 구성원들의 댓글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김 과장이 지난 18일 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 평검사에게 “기다려 보는 게 순서”라는 댓글을 단 것이 사태의 시작이었다.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김 과장의 직분에 비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다음날 많았고, 김 과장은 결국 댓글을 삭제했다.

댓글과 비판, 사과와 삭제로 이어지는 과정이 마치 인터넷 커뮤니티의 소동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김 과장의 댓글 삭제를 단순한 설전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다른 곳도 아닌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에서의 논쟁이었다는 얘기다. 한 현직 검사는 “평검사부터 검사장급까지 3년차 검사의 글을 지지했고, 인사권이 있는 검찰과장을 실명으로 비판한 이도 많았다”며 “지금 법무부와 검찰 간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은 2001년 5월 생겨났다. 검사들도 자신의 자리에서만 접속 가능한 폐쇄적인 곳이지만, 글을 올리자마자 뉴스가 돼 버리는 사실상의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경조사 알림이나 사직인사가 띄엄띄엄 올라오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이슈가 생기면 작심발언이 겉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검찰의 해방구가 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평소에는 누구보다 질서 있지만 필요하면 심하게 들이받는 검찰 조직의 특이한 생리가 이프로스에도 묻어난다”고 했다.

검사들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순간 실명 보도가 이뤄질 것을 각오한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국회에서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에 대해 “기자들도 다 보고 있다”고 말했었다. 기자들이 볼 수는 없지만, 유별난 고언들은 대부분의 내용이 제보를 통해 언론에 흘러나온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지난달 이프로스에서 김 차관을 향해 “위법에 눈감지 말고 법률가의 양심을 보여달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수사팀 감찰을 시사한 직후였다.

법무부 장·차관에 대한 고언은 차라리 흔한 편이다. 이프로스에서는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이뤄졌다.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별 것 아닌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발언하자 “검찰의 중립이 보장되지 못한 주 원인은 정권에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고검장의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명이 법무부에 전달됐고, 이 해명이 검사게시판에 다시 올라왔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던 2016년 11월에는 한 평검사가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주장했다.

이프로스는 수사 외압을 돌파하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2003년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사건 당시 한 수사팀 검사는 “(사건에 연루된) 검사가 장모씨에게서 받은 비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호텔 숙박비를 지불받기도 했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일었지만 수사팀을 향한 일방적인 장외 비난에 대응한 사례로 남았다. 2013년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수사하던 국정원 댓글수사팀원이 수사팀 외압설, 검찰총장 사찰설과 관련한 글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이 글은 6분 뒤 삭제돼 나중에 국회에서 “청와대가 협박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조용하다 폭발하기를 반복해온 이프로스에서, 글의 ‘총량’은 줄어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2014년 검찰총장의 혼외자 파문 이후 이프로스 글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당시에도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 국면이었는데, 인사 불이익을 체험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검사는 “‘댓글을 달더라도 선배와 상의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패기 있는 글이 그래도 간혹 올라오면 겉으로는 ‘이녀석이 뭘 안다고 그래’ 하면서도 속으로 흐뭇하게 읽는다”고 했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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