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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마지막 보루, 밥퍼도 2주간 중단 “쌀독은 개방, 서울시 등 지자체가 나서달라”

사진=밥퍼 제공

무상급식의 마지막 보루였던 서울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인근 밥퍼나눔운동본부도 다음 달 7일까지 사역의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무차별 확산에 따른 지역사회 감염 우려 때문이다.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공동체는 대신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 쌀독을 배치해 24시간 누구든 쌀을 퍼가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다일공동체는 감염 우려 때문에 대중이 모이지 못하는 만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분산해서 취약계층 급식을 감당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밥퍼 제공

밥퍼나눔운동본부는 20일 공지를 통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과 차단을 위해 2월 21일부터 3월 7일까지 14일간의 급식을 중단하게 됐다”면서 “3월 9일 다시 밥퍼의 문을 여는 날 모두가 밝은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량리역 밥퍼에는 하루 평균 700여명의 홀로 사는 노인과 노숙인 등이 점심 끼니를 해결해 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엔 급식 인원이 900명까지 늘었다.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대부분의 급식소가 문을 닫으며 청량리역 밥퍼와 서울역 급식소 등지에 배고픈 이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도 밥퍼가 2주간 사역 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는 역시 지역사회 감염 우려 때문이다. 이용 인원의 대다수가 전철로 급식소를 찾는 만큼 만일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수도권 전역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무차별 확산되는 악영향이 우려된다. 길게 줄을 서는 행위 자체가 감염 우려를 키우기 때문에 도시락 등 다른 대체 수단 마련도 여의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사진=밥퍼 제공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취약계층이 찾는 다일천사병원은 계속 운영하며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제공한다”며 “밥퍼를 대신해 다일천사병원의 쌀독을 개방해 배가 고픈 누구든지 쌀을 가져가 끼니를 해결하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나서서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배포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밥퍼처럼 1000명이 일시에 줄을 서는 게 문제이니까, 지자체 주민센터나 교회 사찰 등지에서 공무원들과 함께 배고픈 이를 위해 몇십 명 수준에서 음식을 나누는 활동은 가능할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은 최 목사가 보내온 밥퍼 무상급식 잠정 중단에 따른 알림 글 전문.

사진=밥퍼 제공

코로나 바이러스19로 많은 무상급식소가 이미 문을 닫았기에 저희만이라도 끝까지 배고픈 노숙인들과 무의탁노인들의 허기짐을 채우려 오늘까지도 뜻과 정성을 다해 무상급식을 했으나 지역사회의 감염과 심각한 확산에 부득이 2주간 급식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밥퍼를 이용하실 수밖에 없는 분들이 오늘도 900명이 넘게 오셨는데 이렇게 한군데 여러분들이 모이지 않고도 흩어져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이웃 교회들과 사찰과 관공서에서 자비와 선행 베푸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마스크와 소독약 구하기도 힘든 분들은 언제든지 밥퍼 곁에 있는 다일천사병원에 오시면 마스크와 소독약을 준비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쪽방이나 어르신 집에 쌀이 떨어진 분들을 위하여 다일천사병원 정문 앞의 쌀독에 항상 쌀을 부어 놓겠습니다.

다일공동체는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고난과 아픔에 함께하려고 나름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조용히 말없이 퍼 가시면 됩니다! 부디 건강 잘 지키셔서 3월 9일 밥퍼에서 밝은 얼굴로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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