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비르 싱(가운데)이 캘리포니아 로즈빌에서 2만 5000달러(약 3000만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한 할머니를 구했다. CNN캡쳐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한 할머니를 구한 택시기사가 미국 사회의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택시기사 라즈비르 싱이 보이스피싱 때문에 2만5000달러(약 3000만원)를 뺏길 뻔한 92살 할머니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라즈비르는 2주 전쯤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빌에서 할머니를 태웠습니다. 택시기사는 할머니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의 목적지는 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꺼림칙했습니다. 할머니는 라즈비르에게 “누군가가 내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라즈비르는 “집안 식구가 돈을 요청했냐”고 묻자 할머니는 잠시 침묵한 뒤 “국세청이 납부를 요구한 돈을 인출하러 가는 길”이라며 동문서답했습니다. 할머니가 내야 할 금액은 자그마치 2만 5000달러(약 3000만원)였습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상함을 느낀 라즈비르는 할머니에게 돈 인출을 요구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청한 뒤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이 여자를 아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라즈비르는 “이 여성이 92살이고 떨고 있다”며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습니다. 라즈비르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차단당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라즈비르를 믿지 못했습니다. 고민하던 라즈비르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은행 대신 로즈빌 경찰서를 들르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경찰관과 대화를 나눈 끝에야 보이스피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라즈비르는 할머니를 집에 데려다주었습니다. 할머니의 계좌에서는 1원도 인출되지 않았습니다.

라즈비르는 일주일 뒤 경찰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전화는 보이스피싱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청은 라즈비르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것이죠. 경찰청은 라즈비르에게 50달러(한화 약 6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선물했고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로즈빌 경찰청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에서 “라즈비르는 할머니에게 인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라즈비르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서를 방문했다”며 “그는 사기당하기 직전이었던 할머니를 경찰서에 데리고 오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의 글에는 택시기사를 칭찬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즈비르는 손님을 은행에 내려줄 수도 있었다.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로즈빌 경찰청이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의 한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라즈비르가 대화를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할머니의 긴장을 느끼지 못했다면 기지를 발휘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자그마한 관찰이 할머니의 인생을 구한 것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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