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교회 문 닫기는 평생 처음”…최 장로는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19로 주일예배 대체한 대구 지역 교회들 표정


교회 문은 닫혀 있었다. 최동욱 장로는 본당 주변 텅 빈 주차장을 서성거렸다. 그가 출석하는 대구 만촌동 동신교회(권성수 목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에 대처해 23일 교회를 폐쇄했다. 교회 입구에는 ‘주일예배는 영상예배로 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주차장 담당 직원은 “주일에 교회가 문을 닫은 건 내 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 장로는 혹시나 교회를 찾아오는 성도들이 있을까봐 아침 일찍 나와 교회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회에는 목회자와 직원뿐이었다. 1만평이 넘는 교회 주변에는 행인조차 드물었다. 이미 8000여명 성도들에게 교회에 오지 말라고 여러 차례 연락을 해 둔 덕분이다. 지역 방송국에서 취재를 위해 찾아왔지만 역시 교회 앞만 촬영하고 돌아갔다.


오전 9시 50분, 예배시간이 되었다. 최 장로는 주차장 주변을 지키던 동료 재직들과 관리사무실에 들어갔다. TV를 켜자 텅 빈 예배당에서 부르고 있는 찬양이 흘러나왔다.
“믿음의 눈 들어 주를 보리,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바로 옆의 본당에서 예배가 진행되고 있지만 최 장로도 들어가지를 못하고 TV만 바라봤다. 대표기도를 맡은 이는 “애통합니다”라는 외침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최 장로는 예배 시간 동안 휴지로 눈물을 계속 닦았다.
그는 “이런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하나님의 뜻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다 보니 눈물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동신교회 성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기자가 부탁하자 최 장로는 “어려움 속에서 말씀을 더 굳게 붙잡자”면서 “대구 시민과 국민들도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자”고 당부하면서 또 울먹였다.


권 목사는 ‘재난,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자연의 법칙도 하나님의 법칙이니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는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그래도 신천지에 이어 기성 교회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면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지지 않을까 걱정돼 성도들과 지역 교회들과 고심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신교회를 비롯해 대구 지역의 대부분 교회들은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했다. 범어교회 동부교회 반야월교회 충성교회 대봉교회 하늘담은교회 내당교회 등은 대구 기독교총연합회(회장 장영일 목사)가 지난 20일 “주일예배를 영상을 통한 가정예배로 대체해 달라”고 당부하자 주일을 앞두고 당회를 열고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교회만 아니라 성당과 사찰 등 다른 종교기관도 모두 집회를 중단했다. 대구는 번화가에서도 행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시민들이 외출을 삼갔다. 한 택시기사는 “미리 라면과 계란을 사다놓고 주말 내내 집에만 머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신천지 다대오지성전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대구순복음교회는 직원 2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교회 출입구에는 ‘코로나19 관계로 성전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알림이 붙어 있었고 문은 흰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장로들이 3번이나 모여서 회의한 끝에 영상 예배로 주일예배를 대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회를 모두 소독했지만 신천지 집단감염 장소가 지척이어서 지역 주민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린 곳도 있었다. 산격동 북부삼덕교회(담임 김동규 목사)는 평소 주일처럼 1부와 2부 예배에 모두 모였다. 평소의 절반인 50여명이 출석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교회에 들어올 때는 세정제로 손을 소독했다. 대신 예배 뒤의 공동식사는 생략했다. 한 신자는 “예배에 참석하는 게 불안하거나 꺼려지진 않았다”면서 “오히려 이번 일로 신천지 신자들도 잘못한 일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동규 목사는 “나 혼자라도 등대를 지키자는 심정으로 교회를 열었다”면서 “몸이 불편한 분이나 남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되는 분들은 집에 머물고 원하는 분들은 자유롭게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와 장애인, 취약계층이 많은 교회 특성 때문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고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우리도 주일예배를 대체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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