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대학교 건학 이념인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가 학교 측과의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법원은 “교수의 재임용은 임용권자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지만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않아야 하는 내재적 한계를 지닌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최근 기독교 사립대학인 경북 포항 소재의 한동대가 재임용 심사에서 김모 교수를 탈락시킨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동대는 2017년 12월 국제법률대학원 소속 김 교수(교목)에게 재임용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교육 분야 재임용 최저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학교 정체성을 거스르는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이유였다.

김 교수는 당시 한동대 내부에서 ‘성노동과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연 학술 동아리의 지도교수로 지목돼 논란의 대상이 됐다. 김 교수는 “해당 동아리에서 과거 몇 차례 설교를 했을 뿐 지도교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해당 강연을 주최한 학생을 징계하고 김 교수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김 교수는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심사위는 2018년 3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 모두 김 교수 주장을 인용했다. 한동대 측이 사립학교법의 재임용 거부 처분 절차를 위반했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동대 측은 교원소청심사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구체적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재임용) 심사 기준이 적정하지 않았고, 이에 근거한 재임용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평정자의 자의적 평가가 개입되지 않을 정도의 객관적 평가항목·방법 등이 제시돼야 하고, 재임용 거부 결정이 있더라도 기준에서 얼마만큼 미달한 것인지 사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만 “재임용 거부 처분의 통지 절차에는 위법이 없었다”는 학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재임용 거부 절차까지 위법했다고 본 소청심사위 결정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명시해 향후 소청심사 과정에서 김 교수에 대한 재임용 거부 처분은 위법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날 전망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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