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역자 색출하라”… 민주주의 위기 맞은 백악관

볼턴 회고록 출간도 막아

2년만에 백악관 인사국장으로 복귀한 존 메켄티(오른쪽에서 4번째).

‘탄핵 족쇄’를 벗어던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전 부처를 대상으로 반(反) 트럼프 인사 색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국면 당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흘린 인사들을 찾아내 숙청하려는 의도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전 부처에 걸쳐 충분한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인사들을 찾아내 내쫓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탄핵 심판에서 벗어난 뒤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이들을 상대로 이미 보복 인사를 감행했던 트럼프가 이제는 전 부처와 기관으로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트럼프발 응징과 물갈이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파 솎아내기’의 완장은 올해 29세의 존 매켄티에게 주어졌다. 트럼프 절대 충성파로 간주되는 매켄티는 지난 2018년 3월 기밀정보 취급권한 논란으로 해고됐다가 약 2년만에 백악관 인사국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인물이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매켄티 국장은 지난 20일 각 부처 및 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비공개 회의를 소집해 반 트럼프 성향 정무직들의 색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3명의 소식통은 악시오스에 “매켄티가 반 트럼프 인사로 확인된 이들은 더는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며 좌천성 전보 인사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셈이다.

WP는 이와 관련해 매켄티 국장이 조만간 색출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켄티 국장은 전임자와 달리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백악관을 친(親) 트럼프 인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은 트럼프 패밀리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매켄티는 이중에서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WP에 이번 숙청의 주요 표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법무부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세 부처 모두 즉흥적인 트럼프식 정책 결정에 반기를 들었던 인사들이 다수 나왔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자의 책 출간을 막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WP에 “트럼프가 11월 대선 전에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출간돼선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사임 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맹렬히 비판해 트럼프로부터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미 행정부 외교의 낙맥상이 폭로될 것을 걱정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입 막음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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