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사범이 열두 살 원생을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해 사범은 학대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흉기를 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3년여간 학대에 시달린 피해 아동은 행동장애가 심화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A군(12)을 태권도 수업 중 수차례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를 받는 사범 B씨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A군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3년 넘게 해당 태권도장에 다녔다. 국제 태권도 단체의 위원을 지내기도 한 B씨는 현재도 태권도장 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남편 없이 홀로 A군을 키운 어머니 이모씨는 대학 진학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추천을 받고 2015년 태권도장에 등록했다. 하지만 A군은 도장에 다니면서 종종 “도장에 가기 싫다” “사범님이 때린다”는 말을 꺼냈다. 눈에 띄는 체벌 흔적이 없었던 만큼 이씨는 도장에 연락해 “너무 엄하게 가르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넘어갔다.

이씨가 아들의 허벅지에서 피멍자국을 발견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화가 난 이씨가 항의하자 가해 사범은 “가르치다가 너무 흥분해 그랬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A군이 이후에도 “도장을 더 다니면 죽을 것 같다” “자살하고 싶다”고 토로하자 심각성을 깨닫고 학원을 중단했다.

A군은 도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그간 겪은 학대 사실을 구체적으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A군은 B씨에게 나무 막대기 등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맞았다고 고백했다. A군을 매트로 감아 발로 찬 적도 있다고 한다. A군은 가해 사범이 흉기를 들고 “맞은 사실을 이야기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피해 사실을 숨겨왔다고 말했다.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가 있던 A군은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상태가 악화됐다. 소리를 지르고 흥분하는 등 증상이 심해졌고, 하루 네 알 정도 먹던 약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 가정의 자녀라 학대의 타겟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B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DHD를 가진 A군이 수업에 방해가 돼 뒤편에 세워두는 등 벌을 준 적은 있지만 학대를 한 적은 전혀 없다”며 “사실무근의 일로 계속 괴롭힌다면 무고죄로 맞고소 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양측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증거자료 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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