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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을 기억하시나요? 매서웠던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던 때였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작은 바이러스에 떨고 있습니다. 내 가족의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 많은 하루가 되겠지만 오늘만큼은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바로 어려움을 나누고자 나선 ‘착한 건물주들’ 소식입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자 소시민들의 생계는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건강의 위협만이 아닌 경기 침체를 함께 불러왔습니다. 이때 등장한 건 “임대료를 낮추겠다”고 먼저 제안한 건물주들입니다.

사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이런 착한 건물주들의 사연이 큰 화제를 모은 적 있는데요. 훈훈한 상생 릴레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에서 전해진 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26일 건물주 A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A씨는 “요즘 힘드시죠”라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말을 이어나갔다고 하는데요. 그는 “이달 월세 1200만원 중 200만원은 보내지 않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이씨는 최근 매출 급감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사람들의 외출도 줄었고, 주 고객이었던 중국인 관광객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달 매출은 무려 40% 이상 곤두박질친 상태였습니다.

건물주의 전화를 받은 뒤 이씨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남들은 적다고 말할지 몰라도 2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며 “A씨 역시 장사를 하시는 거로 안다. 본인도 힘들 텐데 먼저 손 내밀어 줘서 감동했다”고 말했습니다.

송파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문정동에 사는 건물주 B씨(51)가 그 주인공입니다. 힘들어하는 임차인들의 모습을 보다 못해 “앞으로 3개월간 월 임대료의 30%를 깎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건물 2채에 입점한 10개 점포를 대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2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말이죠.

B씨는 “안 그래도 경기가 나빠 세입자들이 임대료를 겨우 맞춰나가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완전 직격탄을 맞았다”며 “세입자가 있어야 건물주도 있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 나가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따뜻한 마음은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따금 마스크·손 세정제 기부, 먹을거리 배달 등의 소식이 전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이겨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코로나 포비아’가 무슨 수로 이길까요? 위기는 혼자 맞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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