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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석방, 이중근은 구속… ‘재항고장’이 가른 운명

재항고심은 3일 대법원 2부 안철상 대법관에 배당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오른쪽)

보석→불구속 재판→보석취소→법정구속. 동일한 항소심 재판부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여기까진 같은 길을 걸어갔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졌다.

차이는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하는 ‘재항고장’을 제출했느냐 여부였다. 법조계에서는 이 회장도 재항고했다면 이 전 대통령처럼 ‘일시 석방’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던 이 회장은 지난 1월 22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난달 19일 이 전 대통령도 같은 재판부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보석이 취소됐다. 그러나 이 회장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선고 6일 만에 석방됐다.

부영그룹 내부는 이 전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접하고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재판부의 판단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나왔는데, 이 회장은 왜 못 나왔냐는 것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재항고장을 안 냈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대부분의 피고인은 법원의 법정구속에 즉각 불복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추후 재판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보석을 청구하는 게 일반적 순서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도 이 전 대통령 측처럼 재항고장을 내 곧바로 이의제기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의 빈틈을 찾아냈다. 항소심 재판부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이 전 대통령 사례가 처음이다. 법조계에선 “입법자들이 생각 못한 부분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항고의 효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410조와 415조에 대한 해석론의 공백을 파고들었다. 415조는 ‘재항고’라는 표제 아래 ‘고등법원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410조는 ‘즉시항고가 있을 경우 재판의 집행이 정지된다’고 규정한다. 두 조항을 종합하면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은 재항고인 동시에 즉시항고이므로 재항고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돼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항고가 있는 때 집행정지 효력에 대한 견해대립이 있다”며 “대법원 재항고심 결정까지 구속집행을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인용했다기보다는 ‘의심스러울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으로’라는 형사법의 원칙에 따라 일단 석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 사건은 3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에 배당됐다. 대법원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1심의 보석취소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인정할 경우 항소심에서는 보석취소 결정에 재항고하면 곧바로 석방되는 모순이 생긴다. 1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없으니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기각하면 법적 안정성을 위해 명백히 나와 있는 형사소송법 조문의 해석을 무리하게 뒤틀었다는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번 재항고심 결정은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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