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도 경선 포기…결국 ‘바이든 대 샌더스’ 2파전

‘진보동지’ 워런 지지 표명 없어 다급해진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자택앞에서 민주당 대선경선 포기의사를 밝히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민주당 온건·중도파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급진·진보파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워런 의원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후보들 중 호감도 1위에 오르는 등 유력 주자로 손꼽혔다. 학자금 빚 탕감, 초대형 IT기업의 해체, 형법 개혁, 기후변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 분야에서 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정책 추진을 위해 상위 0.1% 슈퍼 리치들에게 부유세를, 연간 1억 달러가 넘는 이윤을 올리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세를 걷겠다고 했다. 색이 선명한 정책들을 내놓으며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워런은 지난 3일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진 ‘수퍼 화요일’ 당시 바이든과 샌더스에 밀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메사추세츠주에서 조차 바이든과 샌더스에 이은 3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다만 워런은 이날 자신의 자택 앞에서 경선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도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도파 후보들이 경선 포기를 선언하고 곧이어 바이든 지지를 표명하며 결집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워런은 정치적 성향으로는 샌더스와 가까운 진보파이나 경선 과정에서 그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워런이 지난 1월 샌더스가 과거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격하면서 둘 사이는 멀어진 상태다.

워런의 지지자들도 샌더스 진영에 합류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매일 의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샌더스는 지난 2주간 단 한 명의 지지자도 늘리지 못했다. 초기 경선에서 굴욕적인 순위를 기록하며 부진했던 바이든은 수퍼 화요일의 기적적인 대승 후 연일 기세를 올리는 데 반해 대세론까지 나왔던 샌더스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AP통신은 “워런 의원을 비롯한 진보 정치인들의 잔인한 침묵은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샌더스에게 위기를 더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런의 경선 포기로 바이든과 샌더스가 거의 동등한 이득을 본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이 역시 유일한 진보파 후보로 남은 샌더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진보파 경쟁자였던 워런의 지지층이 샌더스로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의 지난 2~3일 조사에서 워런의 전국 지지자(14%)의 43%는 2차 선택에서 샌더스를 지지했고, 36%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 수치를 바이든과 샌더스의 지지율에 반영하면 바이든은 36% 지지율에서 4%포인트 늘어난 40%, 샌더스는 28%에서 5%포인트 오른 33%로 집계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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