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워싱턴엔 첫 ‘추정 양성’ 환자 나와
양성이나 CDC 확진 판정 나오지 않은 단계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442명, 사망자 19명…CNN방송
트럼프 연설까지 했던 보수집회 참석자 중에서도 확진자
백악관 “해당 환자와 만나거나 가까이 있었다는 징후 없어”
매일 확진자 두 배씩 느는 뉴욕주는 “비상사태” 선포
트럼프 “걱정 안해. 굉장한 집회들 계속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수도 워싱턴과 붙어있는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렸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CPAC 참석자 중 한 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져 미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AP뉴시스

미국 심장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뚫렸다. 수도 워싱턴에 7일(현지시간) 첫 코로나19 ‘추정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 추정 양성은 주(州) 단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났으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은 단계를 의미한다. 미국 뉴욕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89명으로 급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과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선거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보수진영이 지난달 26∼29일 워싱턴과 붙어있는 메릴랜드주에서 개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중 한명이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행사에는 도널드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모두 참석해 미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연설까지 했다.

이 환자는 CPAC에 참석하기 전,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고 뉴저지주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CDC의 확인을 통해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악관은 “해당 환자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도이 해당 참석자와 만나거나 근거리에 있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CPAC 주최 측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이 없었으며 콘퍼런스가 열린 메인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NN방송은 이날 미국 코로나19 확진자수가 442명이며, 이 중 1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31개주와 수도 워싱턴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미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첫 추정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바우저 시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 환자는 워싱턴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으로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감염지역 여행이나 감염자와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과 맞닿아있는 버니지아주와 메릴랜드주에서도 각각 첫 환자가 발생하고, 추가 환자가 발생해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아의 해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버지니아주의 첫 확진자다. 미국 내에서 미군 환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며 이 해병은 최근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사람이 메릴랜드주의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CPAC 행사와 별도로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국 유대계 이익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2명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는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AIPAC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뉴욕에서 온 참석자라고 설명했다. 미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보건 당국자들이 다른 AIPAC 콘퍼런스 참석자들의 ‘확인된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주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가 지난 5일(22명), 6일(44명)에서 7일 89명으로 계속 두 배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훌륭하게 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PAC에 참석했던 것과 관련해 “우리는 굉장한 집회들을 개최해나갈 것”이라며 “선거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비난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허비된 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대해 통제 불능이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태세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응 초기부터 시기를 놓치고 실수를 반복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과 해외 36개국에 보낸 코로나19 진단 키트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또 초기 진단 대상을 호흡기계 증상이 있거나 최근 중국에 다녀온 경우, 감염자와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 등으로 지나치게 국한한 것도 문제였다고 WP는 지적했다.

부처 간 알력도 빚어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보건복지부(HHS) 산하 질병예방대응본부(ASPR) 간의 불화가 대표적인 예라고 WP는 전했다. 여기에다 보건 당국자들은 정직하고 투명한 업무 처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관리하는 것 사이에서 평행감각을 찾느라 고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초기 국면에는 무관심한 듯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WP는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억제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허위 주장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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