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으로 사람이 죽나?”…코로나 와중 트럼프 발언 논란

WP “트럼프 할아버지,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숨져”


“독감으로 사람이 죽는 지 몰랐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위치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해 보건당국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매년 평균 3만6000명의 사람들이 독감으로 숨진다’는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의 보고를 거론하며 “나는 그런 수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보고를 받았다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으로 죽는 사람들이 있나? 난 독감으로 사람이 죽는 지 몰랐다’고 되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독감으로 10만명이 죽는 시절은 이미 끝나지 않았나”라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반만 맞다. CDC에 따르면 과거 1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변종 독감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해가 몇 차례 있었지만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는 10만명 수준의 사례는 없다. 1만2000명에서 6만1000명 사이 사람들이 독감으로 숨졌고 지난해에는 3만4000명의 독감 사망자가 발생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미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가 독감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그가 부정확하고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는 독감으로 사람이 죽는 지 몰랐다고 했지만 그의 할아버지 프레드릭 트럼프가 독감으로 숨졌다”고 꼬집었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프레드릭은 미 뉴욕 퀸스에 거주하던 1918년 봄에 스페인 독감에 걸려 갑작스럽게 숨졌다. 그해 가을 또다시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고 한 해 동안에만 67만5000명의 독감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보건 전문가들을 인용해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보건 위기 상황을 축소해 발표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며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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