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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추적기-번외편] 노예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①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
② “신검 받는 중ㅋ” 자기 덫에 걸린 놈
[번외편] 노예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③ ‘약한’ 남성일수록 성착취에 집착한다
④ “우린 포르노 아니다” 함께 싸우는 여성들


※n번방 사건: 지난해 초부터 텔레그램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 착취 사건으로 피해자는 주로 미성년자다. 피해자를 ‘노예’라고 부르며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한다. ‘갓갓’이 시초였다. 그는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채팅방 8개(일명 n번방)를 만들었다. 갓갓은 지난해 2월 자신의 방을 ‘와치맨’에게 물려주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와치맨은 그해 9월 잠적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 비슷한 형태의 방이 물밀 듯 생겨났다. 현재 ‘박사’의 방이 가장 악랄하다.

지난해 여름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 교활한 그들과 마주했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미성년자들의 성착취 영상과 사진을 돌려보며 환호하는 익명의 사람들. 그들이 쓰는 단어의 태반은 독해조차 어려운 혐오의 언어들이었다. 그중 유독 거슬리는 말이 있었다(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를 찾아보고서야 의미를 알아냈다). 기사에 적을 수 있는 수준으로 순화하자면 “강간당하려고 노력했네”라는 뜻이다. 피해자들이 성폭행을 당하기 위해 애썼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여성은 남성에 의해 성적 착취를 당하기 위해 태어났으니 책임은 그렇게 태어난 피해자에게 있다는, 그들끼리의 굳건한 ‘신념’을 표현한 말이다. 그들이 피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딱 거기에 멈춰있었다.

n번방에 잠복한 지난 6개월 동안 가해자들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조종하는지 지켜봤다. 새 노예가 걸려들 때마다 그들은 “걸려든 게 바보 아니냐” “빌미를 줬네”라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 대부분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10대 초중반의 어린 피해자들은 단지 어리숙해서, 혹은 빌미를 준 대가로 그런 고통을 겪은 걸까.

아이들은 제 발로 텔레그램에 걸어들어간 게 아니다. 노예로 전락시키는 과정은 악랄했다. 가족, 학교, 친구, 개인정보가 총동원된 전방위 협박을 거쳐 아이들은 꼼짝달싹 못하는 노예가 됐다. 범행은 주로 트위터에서 이뤄졌다. n번방 창시자인 ‘갓갓’은 경찰을 사칭해 미성년자에게 메시지를 발송했다. 개인 트위터에 사적인 사진을 올린 아이들을 타깃으로 했다.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으니 링크에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사에 응하라’는 문자를 먼저 보냈다. 답이 없으면 ‘부모님에게 연락하겠다’는 협박을 덧붙였다. 아이들이 신상정보를 내놓으면 ‘신원 확인을 해야 한다’며 얼굴사진을 요구했다. 이어 얼굴을 미끼로 전신, 가슴, 상의 탈의 사진으로 요구는 점점 커졌다. 아이들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멈칫하면, 그 사이 신상정보를 털어 겁을 줬다. 그들은 끊임 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대답을 독촉하고, 숨쉴 틈 없이 압박했다.

어딘지 낯익은 수법 아닌가. 바로 보이스피싱이다. 얼마 전 20대 남성이 2박3일 동안 물만 마시며 보이스피싱 조직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성인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듯, 아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신상을 털리고 노예가 됐다. 차이라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을 갈취한 반면,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성을 착취한 것이다.

그들의 범죄 수법을 알아내는데 특별한 취재는 필요하지 않았다. 알아서 자랑처럼 떠벌렸으니까. 아이들에게 얼마나 교묘하게 접근하는지, 얼마나 악랄하게 노예로 만드는지를 증명하면 n번방 관전자 그룹 내에서 파워가 커졌다. 중요한 인물이 됐고, 권력 서열이 높아졌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냈고 또 어떤 답장이 왔는지는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조금 더 돌진하면 노예 한 명 더 탄생한다’는 응원을 받고는 있는 힘껏 구석으로 밀어부쳤고, 신상정보로 얻은 사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던지며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갓갓’이 떠난 자리를 차지한 ‘박사’는 더 교활하다. 며칠 전에는 어느 텔레그램 방에 “박사님께서 누구든 자신을 감시할 때마다 노예 한 명씩 풀겠다고 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원하면 언제든 노예를 만들 수 있다는 선전포고이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나같은 ‘스파이’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이 공지를 채 읽기도 전에 나는 방에서 강제퇴장당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관전자를 그들은 그렇게 수시로 내쫓고 ‘물’을 유지했다.

이들은 왜 노예를 직접 만들었을까. ‘갓갓’은 지난해 2월 텔레그램 세계를 떠나며 자신의 매니저 격인 ‘와치맨’과 인터뷰를 나눴다. ‘왜 노예방을 만들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갓갓은 올해 스무살이 됐다고 알려져있다. 그 말이 맞다면 그가 n번방을 운영하던 지난해에 그는 고교 3학년생이었다. 입시를 앞둔 어느 남고생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런 끔찍한 학대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1회.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
2회. “신검 받는 중ㅋ” 자기 덫에 걸린 놈
3회. ‘약한’ 남성일수록 성착취에 집착한다
4회. “우린 포르노 아니다” 함께 싸우는 여성들

특별취재팀(with 추적단 불꽃) onlinene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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