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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BTS만 있나…뉴욕타임스도 주목한 K아트

양혜규, 윤형근, 하종현 등 한국 작가 전시…뉴욕타임스도 이례적 리뷰

“외로움이 뮤즈인 예술가(양혜규).” (뉴욕타임스 자매지 T-매거진)

양혜규(49), 윤형근(1928∼2007), 하종현(85), 서승원(78), 이승조(1941∼1990)…. 현대미술의 본산인 미국 뉴욕에서 한국 작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일부 작가는 이례적으로 일간지인 뉴욕타임스가 리뷰를 쓸 정도로 몸값을 인정받고 있다. BTS와 봉준호가 증명한 한류의 기세가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 영역인 미술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양혜규 개인전 '양혜규: 손잡이'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세계 현대미술의 메카로 통하는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에서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 ‘손잡이’(4월 12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개관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시장인 마론 아트리움에 양 작가는 특유의 방울 인체 조각과 무지갯빛이 발산하는 기하학적 문양의 벽지 작업 등 6점을 내놨다.

뉴욕타임스 T-매거진이 2월 26일 자 피처(화제성 인물) 기사로 양 작가를 다뤄 개인전이 갖는 무게감을 짐작게 한다. 기사는 모마 개인전과 함께 그가 마이애미비치의 배스미술관에서 동시에 열고 있는 개인전까지 함께 다루면서 글로벌 작가로서의 양혜규를 조명했다. 그는 지난해 4대륙에서 15개 전시를 연 바 있다. 기사는 해직 기자로서 중동 건설 노동자로 나간 아버지의 부재, 운동권 교사인 어머니, 이어진 부모의 이혼 등 내밀한 가족사를 다루며 그런 개인사가 작품 세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모마 개인전에 대해선 “최면을 거는 듯한 스펙터클함으로 관람객의 발을 멈추게 한다”고 호평했다.

양혜규는 이불(56), 서도호(58), 김수자(63) 등 90년대 들어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통해 데뷔하며 글로벌 현장에서 뛰고 있는 ‘노마드 작가군’에 속한다. 모마에서는 1997년 이불이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모마에서는 또 단색화 작가 하종현(85)의 작품이 재개관 기념 소장품 기획전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소장품전에는 하종현의 1970년대 작품 ‘접합’이 나왔다. 단색화는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70년대 일군의 작가군 사이에서 유행한 모노크롬 계열의 작품 경향을 일컫는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개인전에 나온 윤형근 <청다색>, 1991.130.7x162.5cm . PKM갤러리 제공

특히 단색화 작가의 대표주자인 윤형근 개인전이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서 지난 7일 현지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은 가운데 막을 내려 단색화에 관한 관심도 입증됐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제프 쿤스가 전속으로 있는 미국 최고의 갤러리다. 하이퍼알레직(Hyperallergic), 화이트핫매거진 같은 미술전문 매체는 물론 뉴욕타임스까지 가세해 K아트의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5일 자에서 ‘뒤샹 초상화 전’ 등 주요 전시와 함께 윤형근 전을 다뤘다. 기사는 “부드러우면서 미스터리한 검은색으로 영적인 경험을 준다”고 호평했다. 화이트핫매거진은 미국의 저명한 비평가 로버트 모건(77)의 장문 기고를 실었다. 모건은 윤형근의 작품은 “명료한 것 같으면서도 가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박정희 독재 정권하에서 태어난 사회사적 배경과 연결해 설명했다.
미국 뉴욕 티나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단색화 작가 이승조 개인전 전시 전경. 티나킴 갤러리 제공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2017년에도 같은 갤러리에서 윤형근 개인전이 있었다. 훨씬 규모가 컸음에도 그때는 이처럼 현지 언론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맞춰 베네치아에서 윤형근 개인전이 열린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아르테포베라 등 1970년대 미술에 관한 관심이 일면서 그 여파가 동양으로 이어지는 연장에서 단색화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봤다.

뉴욕의 한국계 타나킴 갤러리에서는 서승원(2019년 9월 5일∼10월 12일), 김창렬(2019년 10월 24일∼2020년 2월 1일), 이승조(2월 20일∼4월 4일) 등 단색화 작가 개인전을 릴레이로 하고 있다.

이른바 ‘386 작가군’들은 일찌감치 90년대 이후 세계무대에서의 활동이 축적되며 주목받았다면 1970년대 활동했던 한국의 원로작가들은 한류의 영향이 커진 덕분에 뒤늦게 ‘발견’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학예사는 “뉴욕 미술계 사람들을 만나면 한국의 대중음악과 드라마에 푹 빠졌다. 그렇다면 한국미술은 어떻지 하는 궁금증을 가진 것 같더라”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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