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실패로 조급해진 트럼프, 만회 위해 ‘백신 집착’

대선 앞두고 코로나 확산…재선 악재될까 전전긍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만회하고자 코로나19 백신에 집착하고 있다. 뒤늦게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에 접근해 백신 독점권을 따내려하자 독일 정부가 저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큐어백을 인수하기 위해 거액의 연구 자금을 제안하는 등 백신 독점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거액을 들여 큐어백 연구진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큐어백 인수 시도를 인정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내 여러 인사들로부터 인수 시도가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정부가 큐어백을 자국에 붙잡아두기 위해 백신 개발 관련 재정 우대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리차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보도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큐어백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큐어백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야당이 퍼뜨리는 정치적 사기”라며 코로나 위기를 등한시했던 트럼프는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상황이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되고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위기 의식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재선캠프 참모들이 지난 11일 대선 여론조사 수치를 잔뜩 준비해 백악관에 들어갔지만 트럼프의 관심은 오직 코로나에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백신 집착은 미국에 코로나19가 대거 확산되면서 악화된 여론을 단번에 반전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11일 코로나19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미국 제약회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11월 대선 전까지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독촉했다. 당시 자리에 배석했던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려면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 걸린다고 조언했지만 막무가내다”라고 지적했다.

미 과학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홀덴 소프 편집장은 “과거 백신 회의론자였던 트럼프가 이제는 백신 신봉자 같다”며 “그는 과학이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학자들이 전염병에 대한 사실을 공유하려고 애쓰는 동안 미 행정부는 그 사실을 차단하거나 모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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