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서울 송파구 방이사거리 한복판에 내걸린 가로세로 10m 크기의 대형 현수막을 본 김웅(50) 미래통합당 송파갑 예비후보는 민망하다며 얼굴을 감쌌다. 실물 크기의 등신대와 ‘포토존’까지 있는 선거사무소도 아직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11일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자주 어색해 했다. 하지만 선거유세를 다니는 시장에서는 주눅 드는 법이 없었다. 항상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주민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듣는 그에게 ‘선거는 처음이라’ 어떤지 들어봤다.

“김웅이 누구야?” “접니다, 어르신.”
통이 좁은 바지에 회색 캔버스 운동화를 신은 키 187㎝의 남성. “송파갑 예비후보 2번 김웅”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핑크색 선거 운동복을 입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동네 청년이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김 후보는 “미남이시네요” “젊은 사람이 오니 좋아”라는 말을 들을 땐 수줍어하면서도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라는 말에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베스트셀러 ‘검사 내전’의 저자이자 부장검사 출신 이력.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법조계 ‘유명 인사’는 동네 시장에서는 단지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다. 그를 어색해하는 상인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다 보니 방이시장 430m을 지나는 데만 1시간 20분이 걸렸다.

김 후보는 ‘정치 신인’에다 ‘SNS 신인’이기도 하다. “신문사에 칼럼을 쓰면서 1500자씩 쓰는 버릇이 생겼는지, SNS에도 길게 쓰게 된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길게 쓰면 안 된다’고 조언을 하더라”라며 “자연스럽게 나를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등신대와 함께 찍은 사진에 “저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는 식의 소소한 문구를 올린다.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예비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느즈막히 당에서 무언가를 맡게 되었다는 증서를 받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저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습니다."라며 올린 사진. 김웅 선거캠프 제공

‘선거는 처음인데’ 어떻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선거를 직접 뛰어보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것 같다. 끊임없이 스스로 ‘왜 선거를 나오게 됐는지’를 묻게 된다”고 했다. 그는 정치에 뛰어든 첫 번째 이유로 정부‧여당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은 ‘나쁘다’고 프레이밍 한다. 이를 적극 지지층을 동원해 공격하고 있다”며 “이건 유사전체주의에 가깝다. 이런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고 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받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대한 사기극” “중국 공안이자 경찰 공화국”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던 그가 정치권에 몸담은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그는 “권력을 분산하고 검찰과 경찰의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세상은 있어선 안 된다”며 “정치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하고 명확했다”고 했다.

20대 국회에 대한 실망도 정치를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김 후보는 “이보다 나쁠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20~30년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문화나 풍토가 다 없어진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청와대의 여의도출장소’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 정도로 여당이 청와대에서 요구하는 통치 아젠다에 그대로 매몰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지도자 팬덤에 기댄 정당이라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을 정도가 아니고 위험하다는 느낌”이라며 “팬덤은 대안은 없고 이미지밖에 없다. 이미지가 소진되면 선악 구도만 남는데, 거기에 적극 동조한 것이 국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우리 지도자가 이걸 주장했으니까 그걸 반대하는 놈은 다 나쁜 놈이야. 다 적이고 적폐이고 친일파야’ 이런 구도로 계속 끌고 간 것인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여당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예비후보가 16일 송파구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김웅 선거캠프 제공

“기왕 시작한 거였으면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비를 피하기보다는 시원하게 맞고 가자.” 비례가 아닌 지역구 후보 신청을 하면서 김 후보는 생각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생기면서 비례대표 후보가 되려면 또다시 당적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그는 “나중에 내가 정치를 그만두고 나이를 먹었을 때 ‘한두 달 사이에 정당을 세 번 바꿨다’는 이력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건 너무 부끄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유승민 의원의 추천으로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했고, 이후 새보수당이 미래통합당으로 합쳐지면서 통합당 소속이 됐다.

통합당에 대한 기대도 있다. 김 후보는 “유 의원이 데려온 저를 당의 핵심지역 중 하나인 송파에 공천을 한 건 상징성이 있다. 통합당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가겠다는 방향을 국민에게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도가 원하는 열린 공간으로 끌고 나가기에는 (지금이) 너무나도 좋은 상황이고 찬스”라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예비후보가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21대 국회에서 그를 볼 수 있을까. 그는 당선 확률을 60%로 봤다. 그는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서는 중도층이 많이 현 정부에서 실망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 정부가 오만한 데다 무능까지 하니까 중도로 간 분 중에서 60% 정도는 우리를 지지한다고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희망적으로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유권자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미래는 제가 만들어드릴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건 몰라도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부당하게 권력기관을 이용해서 압박이나 핍박,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치는 못 하도록 만들 자신이 있다”며 “미래에는 권력자들이 함부로 권력기관을 남용할 수 없게는 하겠다”고 했다.

심희정 김이현 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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