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최미자(가명·65)씨는 태어난 달 10월을 기다린다. 만 나이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30만원이 간절해서다. 일당 9만원짜리 식당일을 전전하며 살던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입이 끊겼다.

20년 넘게 식당일을 했지만 어떤 식당이 직장인지 그녀는 말할 수 없다. 일손 필요한 곳에서 그날그날 부르는 거라 어떤 날은 서대문 중국집에서 야채를 다듬고, 어떤 날은 용산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식이다. 몇 개월 한 군데서 일한 적도 있지만 1년을 채우는 건 기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리면 받는 퇴직금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직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주는 근로장려금도 그의 몫이 되기 어려웠다. “일당을 준 가게에서 국세청에 내역을 신고하면 근로장려금이라고 일 년에 몇 십 만원이 또 나와요. 그런데 이렇게 아예 일을 못하면 그것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2, 3월 하루 씩 일해 18만원을 벌었다. 재난이 터진 도시에서 밑바닥 일자리는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가장 빨리 사라졌다. 기초생활수급은 따로 사는 30대 딸이 취업하면서 신청자격도 갖추지 못했다.

“어떤 게 가장 급하세요?”
“식사야 김치에다 먹으면 되고, 다른 건 없으면 안 쓰면 되는데 방세가 급해요. 50만원인데, 지난달에도 못 줬어. 혈압 약 이런 건 괜찮으니 방세라도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최씨는 망원동에서 보증금 300만원짜리 30년 된 빌라 방에서 산다. 생존의 문제를 겪고 있는 최씨에게 정부가 코로나19 파급효과 최소화를 위해 내놓은 민생경제 종합대책, 추가경정예산안 등은 도움이 될까.

정부는 최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중국집 등 소상공인 대책으로 임대료 지원과 소상공인 전용 융자지원 등을 내놨다. 하지만 최씨에게 일자리가 다시 생기지는 않았다. 흔히 말하는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뜻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 주인이 텅 빈 가게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평소 붐비던 식당은 코로나19 이후 손님들이 발길이 끊겼다. 윤성호 기자

민생안정 대책도 최씨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는 휴업에 따라 임금이 줄어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생활안정자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최씨는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생계비 융자 지원이 강화된 관광·공연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다. 재난특별지역으로 지정된 대구 등에는 주민 생계안정비용 등이 투입되고 전기요금 감면 혜택 등이 주어지지만 이 역시 최씨가 사는 서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임금감소생계비 융자 요건도 중위소득이하까지 확대했다. 직접 주는 게 아니라 대출 형태다. 더구나 이 또한 한 사업장에서 45일 이상 일했다는 증명이 돼야 가능하다. 매일 일터가 바뀌는 일용직 대다수는 혜택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곤 있지만 현장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서울의 대형 A호텔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장을 잃게 됐다. 이 호텔은 감염병 여파로 손님이 줄면서 호텔 10개 층을 아예 닫아둔 상태다. 총 객실이 600개 이상이지만, 주말에도 많아야 30곳 정도만 손님이 차기 때문이다. 문을 잠근 10개 층 객실을 관리하던 협력업체 직원 70여명은 이미 호텔을 나온 상태다. 20일부터는 호텔 내 식당 한 곳을 뺀 모든 식·음료 매장을 닫는다. 식·음료 파트 협력업체 직원 30여명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관광업에 대한 특별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상황은 그대로다.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들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호텔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아직 호텔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이라면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지만, 이미 호텔에서 나온 이들은 이마저도 신청할 수 없다. 그동안 생활이 어려워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했던 경우에도 융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로자 B씨는 “호텔과 관광업종에 대한 대책이 나왔다는 건 알지만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협력업체 직원의 경우 인력업체 소속이라 이번 대책에 해당이 안되고 호텔 측에서도 해주는 게 없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지원 대상자에게도 온기는 더디고 약했다. 대구에서 롤러장을 운영하던 박대성(가명·39)씨는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고 각종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영업을 중단한 대구 롤러장의 내부 모습. 지난해 12월(위 사진)에는 사람들이 붐비던 롤러장은 현재(아래 사진) 텅 비어있다.

롤러장에선 코로나19 이전 주말 이틀 동안 평균 400만~500만원의 매출이 나왔다. 지난달 말 주말 매출액은 3만원이었다. 가게 월세와 관리비, 대출이자 등 월 고정 지출만 1000만원이 넘는데 무작정 버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말에 고용했던 아르바이트 2명도 강제 무급 휴가에 돌입했다.

최근 운영을 중단한 롤러장의 매출 추이 현황. 2018년 2월에는 하루 157만원, 2019년 2월에도 하루 162만원 정도 매출을 냈는데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2월 말에는 매출이 하루 3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특별대출이나 임대료 지원 정책이 모두 소용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기존에 이미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추가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갚아야할 빚이지 지원금은 아니다”며 “대출금이 다시 자영업자 목을 조를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이미 2억원 정도의 대출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대출로 상황을 버틸 수 있다는 확신 역시 없다. 박씨는 “주변 사장님들이 대출 받는데 6주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그 기간 버틸 여력이 안 된다”며 “특별 대출을 받아봤자 3000만~4000만원 수준일 텐데 그 돈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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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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