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곱창의 월세지원 공지 카톡. 천사곱창 제공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가맹점주들을 위해 한 달간 월세를 지원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달 말, 전국 80여곳 천사곱창 가맹점주들은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본사에서 3월 한달치 월세와 방역을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지원금 규모는 3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점주들에게 월세 지원은 작은 숨구멍이 됐다. 매출이 50% 이상 떨어져 “이달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했던 한 사장님은 “본사 덕분에 살았다”며 본사 담당자에게 감사 문자를 보내왔다. 받은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주자며 남는 마스크를 한두 장씩 모아 기부하자는 점주들도 나왔다. 좋은 일에는 본사도 힘을 보탰다. 천사곱창 본사는 이달 중으로 마스크 1만장을 기부할 계획이다.

점주들이 보내온 감사 메시지

천사곱창의 ‘월세 지원 프로젝트’는 SNS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다. 선행을 기획한 천사곱창 본사 ㈜식스텐비즈 김광한(31) 대표를 최근 만나 프로젝트에 관해 물었다. 김 대표는 쑥스러운지 연신 머리를 긁적이며 “제가 한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제 이야기가 선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월세 무서운 줄 잘 알죠”

김 대표가 월세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천사곱창 창업 당시 비싼 월세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어머니가 운영하던 곱창집이 문을 닫으면서 집안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졌고 22살의 어린 청년은 순식간에 가장이 됐다. 손에 들린 돈은 단돈 300만원. 그래도 아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 서울 화곡동에 작은 곱창 가게를 열었다. 예산이 적어 권리금이 없는 자리를 찾다 보니 월세만 270만원이었다.

게다가 매출은 처참했다. 종일 손님이 한 명도 없어 포스기에 일 매출이 ‘0’으로 찍히는 날도 허다했다. 김 대표는 “너무 힘들었다. 어리고 경험이 없다 보니 매출은 안 오르는데 월세가 너무 많이 나가니 납부일마다 휘청휘청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9년이 지나 15평의 작은 가게는 80개의 가맹점을 지닌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에게 월세만큼 무서운 게 없는 걸 잘 알고 있다 보니 힘들어하는 가맹점주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가맹점에 월세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멋있는 아빠 되고 싶어서”

프랜차이즈 대표에게도 3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거액의 월세를 지원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자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제가 프랜차이즈 대표치고 나이가 많이 어린 편”이라며 “작은 가게로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는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식스텐비즈 김광한(31) 대표. 본인 제공

작은 동기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김 대표의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의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본사로부터 월세를 지원받은 가맹점주들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모아 취약계층에 기부할 것이라고 본사에 알려왔다. 이에 본사 역시 동참해 이달 안으로 1만장 규모의 마스크를 양로원, 의료현장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점주분들이 좋은 일을 이어 가주실 줄 몰랐다”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따듯한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3억원보다 더 큰 걸 배워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나도 한때 무일푼, 청춘 돕고 싶다”

김 대표는 이번 월세 지원으로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믿게 됐다”며 “어떤 좋은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코로나19가 4월까지 잦아들지 않으면 월세 지원을 한 달 더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월세뿐만 아니라 납품되는 식재료의 물류비도 인하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투자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저도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참 막막했다”면서 “9년 전 저와 같은 처지에 놓여 고민하는 청춘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김 대표는 말끝마다 “제가 한 일은 별 게 아닌데 주목을 받는 것 같아 어색하다”며 쑥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한 일은 별일이 아니지만 작은 꿈틀거림이 여기저기서 생기면 큰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했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들 모두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서로 도왔던 경험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듯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홍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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