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한테서 받은 사진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됐다. 사진에는 봄의 전령이라고 할 수 있는 야생화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시인이 사는 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창살 없는 감옥”이 돼버린 대구. 그는 안부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기분이 야릇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곳(대구)이 왜 이 지경까지 돼버렸는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라며 이렇게 썼다. “오늘도 몇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 끝이 보일 때가 오겠지요/ 더디게라도 새봄이 오기는 올 테지요”

‘2020 대구 통신’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의 제목은 ‘봄 전갈’이다. 시인은 올해 등단 46년을 맞은 이태수(73·사진)씨. 이씨는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야생화 사진을 보고 꽃이 핀 소백산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대구 사람들은 현재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어 “‘봄 전갈’은 언젠가는 반드시 봄이 올 거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947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씨는 동서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구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봄 전갈’은 그가 최근 발표한 열여섯 번째 시집 ‘유리창 이쪽’(문학세계사)에 실려 있다. 시집엔 이 작품 외에도 특유의 서정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 73편이 담겼다. 작품 해설을 맡은 조창환 시인은 이씨의 작품에 대해 “깊은 고독과 고통의 흔적”이라면서 “지성적 관조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요즘 문학의 힘은 보잘것없어 보인다. 시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진 않을까. 이런 질문에 이씨는 시가 가진 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정서적인 울림을 통해 대중을 상대로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시”라고 설명했다.

“요즘 대구 사람들은 정말 힘든 상황이에요. 특히 작은 상점을 하는 이들은 죽을 지경입니다. 대구가 빨리 회복돼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제 시가 대구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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