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렌트’ 레이스까지…비례정당 띄우기에 혈안된 여야


여야가 각자 의석 수 늘리기를 위해 비례위성정당을 잇따라 만든데 이어 이젠 몸집 키우기용으로 ‘현역 의원 렌트’ 레이스까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대 당에 질 수 없다는 대전제 아래 유권자들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비례위성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던 공당의 대표는 상대 당의 의원 꿔주기까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여야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꼼수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개정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역대 최악의 비례대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선의 불출마 중진 의원 뿐 아니라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까지 불러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시민당)으로 당을 옮기라고 요구했다. 공천 갈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현역 의원 9명을 불러 1시간30분 넘게 시민당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 사실상 이들에게 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을 요청한 것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원혜영 심기준 신창현 이규희 이훈 제윤경 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금태섭 손금주 정은혜 의원이 참석했다.
원혜영 금태섭 손금주 의원은 당적을 옮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명 의원은 파견에 찬성했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당적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이종걸 의원까지 포함하면 7명이 시민당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현역 의원 파견에 주력하는 이유는 투표용지 순번 문제 외에 민주당이 참여하는 유일한 비례연합당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열린민주당과 차별성을 두려면 현역 의원들이 시민당으로 많이 가야하지 않겠느냐” “시민당이 우리의 우당(友黨)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당 비례후보들에 대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시민당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며 4개 소수정당과 손을 잡았지만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오른 소수정당 후보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2명에 그쳤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날 오전 추가 공모해 비례대표 순번 1번을 받았다. 9번을 받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민주당이 정치개혁연합 대신 시민당을 택하자 “녹색당을 찍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며칠 뒤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에 도전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같은 지지층을 두고 표 싸움을 벌이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비례대표용 정당이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쪼개져 지지층 분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민당 최배근 교수는 CBS라디오에서 “열린민주당이 표를 가져가면 민주당 비례후보는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전략적 투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 의원들을 미래한국당으로 이적시켜 정당 투표기호 2번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한국당 의원은 현재 9명이다. 10명을 추가 영입하면 민생당(18명)보다 더 많은 현역 의원을 확보해 정당투표 기호 1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현역 렌트’ 전략이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한국당에 힘을 보태줄 의원 10여명이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26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통합당과 형제정당이기 때문에 함께 승리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선 김정훈 의원이 미래한국당에 합류키로 했으며 여상규 김종석 송희경 의원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통합당에선 민생당 바로 다음 순번인 기호 2번을 받아 통합당 지역구 기호 2번과 맞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여야 모두 비례대표 선거전을 두고 꼼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에 바쁘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비례정당들’ 문제를 거론한 뒤 “불공정의 아이콘 조국 수호를 자처했던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쁜 정치는 전염병보다 더 공포스럽고 절망적인 법”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4일 미래통합당 소속 불출마 의원들을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하도록 권유한 황 대표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의원 꿔주기 같은 각종 꼼수는 정당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미래한국당과 시민당 모두 위헌정당이라고 규정했다. 민변은 “미래한국당의 출현은 수년의 논의를 거쳐 가까스로 틀을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극단적 퇴행 반응”이라며 “개혁을 주장해온 민주당 역시 보수세력과 같은 방식의 비례위성정당의 길을 택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당초 민주당과 비례연합당 창당을 논의했던 정치개혁연합은 해산했다. 정개련은 성명을 내고 “제대로 된 선거연합정당 동참을 선택하지 않고, 또 하나의 위성정당을 선택한 민주당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유권자들에게 부탁드린다. 지난 몇 년간 정치개혁을 위해 헌신해 온 소수정당들에게 정당투표를 주시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가현 박재현 김경택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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