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한 증권사 지점. 점심시간에 짬을 내 주식 계좌 관련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상담 창구가 가득 찼다. 번호표를 쥔 채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점 직원 A씨는 “방문 고객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며 “그나마 우린 직원이 많아 교대로 밥을 먹지만, 일부 지점은 점심도 못 먹을 정도로 바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엔 하루에 40~50명은 오시는 거 같아요. 평소엔 그 절반도 안 됐죠. 그런데 대부분이 미성년 자녀 계좌 개설하러 오시는 분들이에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일 증시가 폭락하면서 어린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미성년 자녀는 10년 간 2000만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증여세를 내지 않는 한도만큼 국내외 우량주를 사준 뒤, 시간이 흘러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거나 독립할 때 목돈을 쥘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지금처럼 주가가 쌀 때 자녀의 명의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리 짜주겠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근 실질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유튜브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실속 증여’ 방법으로 퍼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일반 증권 계좌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면 직접 부모가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내야 한다. 이에 부모들이 짬을 내 증권사를 지점을 찾고 있다. 서울의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요즘은 미성년 자녀 계좌에 투자할 종목도 부모들이 알아서 다 골라서 오신다”며 “단순한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국내를 비롯해 미국 우량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똑똑하게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고 전했다.

부모들이 주식을 자녀의 증여 수단으로 선택한 건 코로나 사태가 ‘일시적 이슈’라는 판단에서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이모(36)씨는 최근 자녀 명의로 주식 계좌를 만들고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추이를 따라가는 ETF 등을 사줬다. 이씨는 “지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면 몇 배는 올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지환 택스힐 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증여 시점의 주식 가격은 전후 2개월 간 평균 가격으로 산출한다”며 “자녀에게 돈을 증여해 매수한 주식 금액이 비과세 범위에 있고, 증여세 신고서를 세무서에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잘 지킨다면 (이후 주식 매도로 시세 차익을 거둬도) 추가 과세는 없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증여해 준 부동산의 시세가 올라도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처럼, 주식도 이와 같다는 설명이다.

주가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에 이어 ‘자녀 증여’ 흐름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주식계좌 예탁금은 연일 치솟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39조86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32조9093억원)과 비교해 6조9569억원이나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도, 증권사도 하지 못한 증시 활성화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준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증권가 시선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투자란 개별 기업이 잘 되고 경제가 나아질 거란 전망과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우량주를 사두면 나중에 무조건 오를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녀 계좌 투자를 통해 장기 투자의 결실을 경험한다면 국내 주식투자 문화도 선진국처럼 자산 증식 수단으로 널리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부모와 자녀가 금융 지식을 쌓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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