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남자 K는 요즘 학원에서 멍하니 딴 생각을 하거나 딴 짓을 하는 일이 많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하나 숙제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숙제를 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 가는 것도 귀찮아하고 친구들을 만나 놀려고도 하지 않는다. 거의 매일 게임에 빠져 살며,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짜증도 많이 내고 자주 화를 내며 반항을 시작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이려니 하고 지켜보았지만 낫지 않았다. 우울증이었다.

아이들의 우울증은 사춘기나 집중력 장애, 게임 중독, 행동 장애, 신체적인 질병 등 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다. 아이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를 어려워한다. ‘우울하다’‘슬프다’‘허무하다’고 말을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대신 ‘답답해’ ‘그건 해서 뭐하는데?’‘몰라’ 심하면 ‘살아서 뭐해’‘죽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짜증을 내거나 좋아하던 일이나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뒹굴 거리며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다. 좀 더 자극적인 놀이인 컴퓨터 게임에 집착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 행동이 과잉되고 산만해지며 비행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 마시고, 담배를 피거나 가출하고, 선생님께 대들고 무단 조퇴나 무단결석을 하는 등 문제행동을 보인다.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어른들은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고 심지어 아이를 신체적, 언어적인 폭력으로 다스리려고 해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K의 부모는 불화가 심해 얼마 전부터 이혼을 전제로 한 별거에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봐 부모는 ’아빠가 일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아이를 신경쓰고 보살펴 왔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사이가 좋지 않아 매일 싸우다가 아빠가 집에 매일 오시지 않자 두 분이 이혼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다 눈치 채고 있었다. 아이에게 부모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거짓말이었던 거다.

부모가 지나치게 죄책감을 갖고 상황을 왜곡해서 거짓말로 아이에게 알린다면 아이의 불안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차라리 사실을 아이에게도 나이에 맞게 잘 설명해 주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부모를 믿을 수 있게 되고 자기 감정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갑자기 아빠와 따로 살게 된 K는 엄청난 상실감과 버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모의 거짓말에 어쩔 수 없이 동조하며 거짓으로 연기를 하고 지냈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얘기 할 수 없었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우울감이 지속되고 차츰 심해졌던 거다.

우울증을 치료 할 때는 K와 같이 부모를 비롯한 가정환경의 변화 요인 뿐만 아니라 학교의 환경, 교우 관계, 지속된 부모의 양육태도 등도 평가해야 하고, 생물학적 취약성, 즉 우울증의 가족력이나 기타 유전적인 요인, 오랫동안 복용하는 약물, 기타 앓고 있는 신체적인 만성 질환이 있는지 등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이기도 하지만 신경전달 물질에 의한 신체의 질병이기도 해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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