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의료 인력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행사에서 한 자리에 모인 의료진들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있는 유럽 등지의 의료진 수천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는 자국 코로나19 확진자 4만여명 중 약 14%에 해당하는 5400여명이 전문 의료진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처럼 전체 확진자 중 보건의료 인력의 비율이 두 자릿수를 차지한다고 보고한 국가는 스페인이 유일하다.

스페인 마드리드 의사 조합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지 주요 병원인 라파스 병원에선 전체 인력의 6%인 426명이 자가 격리 중이다. 카탈루냐에 있는 이괄라다 병원에선 1000명 중 3분의 1 가량이 역시 집으로 보내졌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주 의대생과 은퇴한 의사를 포함해 보건의료 인력 5만명에 대한 긴급 모집에 나섰다.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은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수천명은 자가격리된 상태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브레시아에선 의사와 간호사의 10~15%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현지 의사가 밝혔다. 프랑스 파리 공공병원에서는 490명이 감염됐다. 전체 인력 10만명 중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의료진 감염은 병원을 통한 감염 확산 우려를 낳을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경우 더 큰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로이터연합

이뿐만이 아니다. 스페인 의료 현장에서는 마스크나 장갑 등 충분한 의료물품이 없어 의사와 간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 노조의 앤절라 에르난데스 퐁테는 “그 바이러스는 우리가 우한이나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을 검사할 때 이미 우리 주변에 있었다”며 “일부 의사는 안타깝게도 충분한 보호 장비 없이 일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30여년간 간호사로 일해온 욜란다는 “우리는 충분한 보호장비 없이 최전선에 보내졌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슬프게도 우리 중 일부는 ‘오염의 연쇄고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간호사 노조인 SATSE 마드리드 관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병원인데도 위생 고글조차 아껴쓰라더라”면서 “간호대학 1학년 때부터 그러지 말라고 들을만큼 기초적인 오류”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의심 증상이 있는 병원 방문객에게는 마스크를 나눠줬지만, 자신은 마스크와 장갑 없이 며칠간 일했다는 간호사의 증언도 나왔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보건의료 인력도 보호장비 부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러스 피해가 큰 지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르가모의 조르조 고리 시장은 “의사들이 보호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로 병원에 입원한 스페인 의사 안토니오 안텔라는 “이번 사태의 교훈은 당신의 공공보건 체계를 잘 돌보라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다른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이 있을 수 있고 우리는 준비가 더 잘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자체 집계하는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따르면 25일 오전 현재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6만9176명, 스페인 3만9885명, 프랑스 2만2622명에 이른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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