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엔 인도적 지원 전개하는 등 ‘소프트파워’ 과시
미국엔 코로나 퍼뜨렸다며 루머 퍼뜨리고 기자들 추방
경기회복 1호 국가 전망, 다급해진 트럼프 “조기 봉쇄해제”


유령국가로 변했던 중국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미국, 유럽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이 가중되는 사이 국제사회에 ‘구세주’를 자처하며 부활의 용트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5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행된 후베이성 봉쇄 조치를 해제한 데 이어 다음달 8일에는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시 봉쇄도 풀기로 했다.

중국의 재기 신호탄은 대대적인 소비촉진책을 발표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도 엿볼 수 있다. KB증권 보고서를 보면 상무부 등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 상업 무역 유통기업 조업 재개지원 관련 통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자동차 소비촉진 정책이다. 자동차 신규 구매 및 교체시 지원, 픽업트럭의 도심 진입 제한 완화, 중고차 거래 간소화 및 자동차 구매제한 조치 조정, 마케팅 활성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24일엔 베이징시가 도시 외곽 주행 전용 소형차를 보유대수 제한에서 풀어준 것을 비롯 노후차량 교체 및 신에너지 자동차 소비 촉진책 등을 내놨다. 절강성, 항주시 등도 잇따라 자동차 소비 촉진방안 등이 포함된 내수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절강성의 소비촉진정책은 2022년까지 소매판매 규모 3조4000억 위안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는 연 평균 경제성장률로 환산하면 8%에 달할 정도로 자신감이 배어 있다.

매를 일찍 맞은 덕분일까? 두자리수로 줄어든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덕도 있지만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증시 충격도 크게 받지 않았다. 미국 유럽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안전지대로 인식돼 해외투자자들이 중국 정부 채권에 몰리면서 외국인 보유 중국 국부 채권이 사상최고치인 2조2700억 위안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 감염사태가 2차로 번지지만 않는다면 1분기 마이너스 추락이 확실한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는 8%대로 반등할 것이라며 중국이 위기를 딛고 재기하는 1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소프트 파워라는 이미지 메이킹 작업도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주 세르비아 대통령으로부터 온 코로나 지원 요청 ‘SOS’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유럽의 새로운 코로나 진원지로 전락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마스크 호흡기 등 보건위생 물품을 전달하는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소프트 외교에 십분활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미국이 전파했다는 루머를 퍼뜨리며 중국에서 취재하고 있는 미국 기자들을 마구 쫓아내는 등 물귀신 작전까지 쓰고 있다. 한쪽엔 윈윈을 외치며 손을 내밀고 다른 쪽은 견제하는 ‘차이나 패러독스’의 면모가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협력해 5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데 일조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중국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살리기에 치중할 뿐 국제경제에 도움을 준 이렇다할 조치를 내놓지 않은 것도 지난번 위기 때와 다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여파가 현실화돼 실물경기에 2차 충격이 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의 실탄이 다 떨어지기를 기다려 국제사회에 부양책 선물을 주기위해 준비중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 전략은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또 절반은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급증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며칠 사이 백악관 참모와 보건당국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사회적 거리두기 즉, 봉쇄정책의 조기해제를 논의했다. 트럼프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보건당국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4일 트위터와 폭스뉴스 등에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경제 활동을 포함해 미국이 정상적으로 다시 가동되길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경제 우선 전략을 내세우고 나섰다. 희생자가 늘어나더라도 경제에 관한 한 중국에 뒤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인지 모른다.

지난해 무역전쟁 일단락에 이어 의도했던 안했든 공교롭게도 부활절을 앞두고 두 강대국의 리턴매치가 다시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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