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세계 2위라는 오명을 썼던 한국이 ‘방역 선도국’으로 부상하면서 한국과 방역 협력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중국처럼 강압적인 통제에 의존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질병 확산을 통제하는 한국식 방역 노하우는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높은 신뢰성도 각지에서 ‘러브콜’이 폭주하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한국에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 의료 장비 도입을 타진한 국가는 25일 기준 47개국으로 파악됐다. 수입 문의는 지난 17일 기준 17개국에 불과했으나 일주일 남짓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랍에미리트(UAE)에 검체 채취·보존용 수송배지 키트 5만1000개가 전달되면서 첫 수출 사례로 기록됐으며 이어 루마니아(진단키트 2만개), 콜롬비아(진단키트 5만개)와도 계약이 이뤄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실무진을 넘어서 장관급이나 정상급에서 문의를 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특별지시 사안’임을 각별히 강조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지원을 당부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 방역 체계를 배우고 싶다며 의료진 등 인력 파견을 요청한 국가도 있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 판단이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국제 방역 협력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리 단위로 떨어지는 등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인력과 자원에 다소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자국에서 시작됐다는 책임 의식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건강 실크로드’ ‘인류 운명공동체’ 등 구호를 내걸고 유럽연합(EU) 국가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방역 협력 대상으로 중국보다 한국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어떤 국가는 중국으로부터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 제공 제안을 이미 받아놓고도 한국산 제품이 더욱 신뢰성이 높다는 이유로 우리 측에 따로 도입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방역물품을 구매하려다 자국 내 공급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한 뒤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무상 인도지원을 요청해온 국가는 39개국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모든 인도적 지원 요청을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보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우선순위를 정할 계획이다. 또 인도지원을 하더라도 100%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보다는 일부 물량을 유상으로 구매토록 함으로써 균형을 맞출 방침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내 수급 상황을 봐 가면서 전략적 중요성을 잘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