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선고받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결을 뒤집었다. 성 인지 감수성이 반영된 판단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52)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용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16년 밀양시의 한 노래방에서 회식하던 중 “일하는 거 어렵지 않냐. 힘든 게 있으며 말하라”며 B씨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의 볼에 갑자기 입을 맞춘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이러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만진 행위를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은 ‘A씨가 다리를 쓰다듬는 행위 등을 했지만 B씨가 가만히 있었다’는 증인들의 진술과 당시 회식 분위기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어 “형사법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 위력에 의한 추행, 단순추행으로 각각 구분하고 있다”며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 행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여성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인 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이라고 판시했다.

특히 2심 재판부가 주목한 ‘B씨가 즉시 거부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성범죄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제추행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오히려 피고인의 신체접촉에 대해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근거 역시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식 후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던 분위기였기에 피해자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 피고인의 행위에 동의했다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쉽게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죄로 인정해왔다.

▲피해자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 행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는 행위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기습추행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해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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